지식경제부가 연구개발(R&D) 사업의 투자 방향과 관리 등에 관한 권한을 민간에 대폭 이양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R&D 전략기획단을 이달 말 발족키로 했다. 또 출연연과 대학이 개발한 기술의 지식재산권 창출과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해 민관 합동의 ‘창의자본회사’가 상반기 내 설립된다. 연구장비의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연구장비 관리 전문회사도 상반기 중 설립, 운영된다.
지식경제부는 8일 부처 소관의 R&D 체제를 시장 친화적이고, 성과 중심의 경쟁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체계 △프로그램 △지원프로세스 △인프라 등의 개선을 포함한 R&D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방안은 그간 현실과 동떨어진 R&D 지원시스템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재편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논문·특허 등 보이지 않는 성과 중심으로 평가되던 지경부의 R&D 지원 체제를 다양한 신제품·신기술의 제품화·사업화 등 ‘보이는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간 국가 전체 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논문 수 세계 12위, 특허 4위 등 과학기술 인프라면에서 세계적 반열에 올랐지만 파급 효과가 큰 대형 성장동력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생산성 향상의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97년까지 10년간 13.1%에 달했지만 98년 이후 10년 간에는 2.6%에 그쳤다. 또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엔 53개로 대폭 줄었다. 중국이 이 기간 세계 1위 품목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20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로 들어가기 위해선 정부 R&D가 신제품, 신산업 창출을 이끌고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R&D 지원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추진체계 개편을 위해 지경부는 R&D의 방향을 결정할 전략기획단을 신설한다. 기존 정부 주도형 관리 방식을 기업의 글로벌 성공 경험을 가진 핵심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민간 주도형 책임관리 체계로 변경한다. 전략기획단에 힘이 실리도록 지경부 장관과 기업 CEO 출신이 공동 단장을 맡아 지경부 R&D 투자 방향, 사업구조 조정 등을 최종 결정한다. 또 민간출신 투자관리자(MD:Managing Director), 학·연 전문가, 관료 등으로 구성된 15인 안팎의 위원이 함께 참여하게 된다. 특히 민간기업 출신의 MD는 기존 PD의 과제 선정, 평가, 조정, 사업화 등을 책임 관리하고, 기술개발 전 과정을 상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현재 92개 사업 5500여개 과제로 진행되던 복잡한 사업구조도 3대 분야 35개 사업 내외로 단순화한다. 특히 신산업을 창출할 대형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에 과제당 최대 3000억원의 뭉칫돈이 지원된다. 또 100대 전략제품의 융합·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키로 했다.
지원 과정의 관리에선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과제 중간 탈락·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성실 실패 용인제도 신설키로 했다. 인프라면에선 출연연 연구인력의 중소중견기업 파견제도를 신설하고 연구비 실시간 관리시스템도 5월 구축된다.
이진호·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