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기술 유출과 BCP 필요성

삼성 반도체 기술 유출과 BCP 필요성

기술집약형 기업, 기술위기 극복 위해 BCP 수립 필요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협력업체를 통해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여 산업기술보호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산업기술에 대한 보안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아온 삼성전자는 기업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경쟁기업으로부터 핵심기술을 빼낸 하이닉스반도체는 부도덕한 기업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첨단보안시설도 무용지물

이번 사건의 특징은 첫째, 연구개발 및 생산의 편의성과 부품의 조달문제와 관련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협력업체와 방대한 기술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산업기술이 협력업체를 통하여 유출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아무리 높은 수준의 보안 하드웨어를 갖추고 산업기술 유출을 차단하더라도 조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다.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수많은 신기술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조직원들의 마음을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첨단시설을 통한 보안을 멈출 수는 없다.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손을 놓는다면 더 큰 피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주요 시설을 한번 견학한 전문가라면 산업기술에 대한 삼성전자의 보안수준이 국제적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전자에선 별도의 인적자원(보안요원)을 통해 주요 연구시설과 인력에 대한 통제도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이 보안시설(하드웨어)을 충분히 갖추고 자체 보안부서까지 운영하는 기업도 기술 유출을 막는 것이 어렵다면, 반드시 문제점이 없는지 다시 검토하고 기존의 접근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술유출은 재난이다”

산업기술 유출은 기업에게 재난과 마찬가지다. 자연재해로 인한 시설물 파손과 같은 외형적인 재난은 아니지만, 내면적인 재난이라 할 수 있다. 핵심기술이 경쟁기업으로 유출돼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기업은 위기 상황을 맞게 되고 업무연속성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외신인도 추락, 조직원 간의 불신, 국가적인 피해 등 다양한 유·무형의 손실이 뒤따른다.

산업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뒤에 재판 등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는다 하더라도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 장기간의 법정공방으로 피해기업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사건은 하이닉스반도체도 동일한 협력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고된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기술을 유출시킨 임직원이 종사하는 협력업체나 하이닉스반도체를 통해 피해액을 보상받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술유출 대비 BCP도입 필요

산업기술 유출에 대비ㆍ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방안으로 업무연속성계획(BCP) 수립을 들 수 있다. BCP에는 산업기술을 다루는 임직원에 대한 교육도 포함된다. 기술 유출 사건이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 발생했음에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재난과 관련된 BCP는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술 재난이라 할 수 있는 산업기술유출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한 BCP는 아직 부족하거나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계속 발생하게 될 기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정한 기술을 보유한(특히 기술집약적 기업) 기업은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사전에 기술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BCP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재난포커스(http://www.di-focus.com) - 이정덕 전문기자(leejungdu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