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에서 270도 이상 휘어도 변형이 없는 ‘북바인더(Book-binder)’ 형태의 연경성 PCB를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제품 한개당 천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인 이 제품은 가격이 비싸 일반 전자제품에는 사용하지 않고 인공위성에 주로 사용된다.
특수 PCB 전문기업인 이오에스(대표 김미경)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오던 북바인더 형태의 PCB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 국내 인공위성업체인 쎄트렉아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 회사 정채호 사장은 “책을 펴면 외곽 겉표지가 펴지는 부분이 튀어 나오지만 책을 닫았을 때는 잘 정리되는 북바인더 처럼 아무리 휘어도 기능 변형이 없어 ‘북바인더 PCB’라는 이름이 붙었다”면서 “기존 연경성 PCB는 두개의 기판을 연결할 때 수백개의 와이어(전선)를 하나하나씩 서로 연결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지만 북바인더 연경성 PCB는 두개의 기판 연결시 솔더링(연결 납땜)이 불필요해 오배선으로 인한 신뢰성 저하를 막을 수 있고, 또 케이블과 커넥터 등 접속 부품이 들어가지 않아 부품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바인더 PCB라는 제품이 있는 줄 모르는 PCB업체도 있을 만큼 최신 고가 제품”이라면서 “이의 최대 장점은 플렉스(Flex) 부분에 가해지는 충격을 릴리스(Release·완화) 할 수 있도록 제작돼 우주 환경에서 발생하는 플렉스 부분의 끊어짐이나 충격에 의한 불량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오에스는 인공위성용으로 개발된 이 제품을 내달 27일부터 3일간 일산 킨덱스 열리는 PCB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모듈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는 국내기업으로는 드물게 특수 PCB 제품 설계부터 표면실장, 제조에 이르는 맞춤형 원스톱 제조를 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오에스는 북바인더 형태 PCB 이외에 전세계적으로 연구단계인 광PCB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송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개발되고 있는 광PCB는 기존의 구리선 대신 광섬유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이 빠르고 손실이 적다. 현재 슈퍼컴퓨터 등 일부에서만 적용되고 있으며 미국·일본 등 전세계적으로 상용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오에스는 정부 지원으로 KAIST에서 이 기술을 이전 받아 내년까지 기초 기술 습득을 끝마칠 계획이다.
인천=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