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경제 4단체장 가운데 민간 출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정병철, LG 출신)를 제외하고는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이동근 상공회의소,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모두 행정고시 23회 출신이어서 화제다. 특히 이들은 모두 산업 육성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와 산자부 외청인 공업진흥청(현 중소기업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실제 현장 업무를 총괄 책임지는 이들이 기업의 진흥 목소리를 잘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들 3인의 관계도 무척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산자부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이달 2일 민간으로 온 이동근 상의 부회장은 “두 부회장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며 “앞으로 함께 의견을 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도 “한때 함께 일하면서 동고동락했던 친한 사이”라며 “네트워킹이 잘돼, 좋은 징조다”고 밝혔다.
3인은 각자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점도 관심이다. 호탕한 웃음이 특징인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두터운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지경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유의 기획력과 돌파력으로 아직도 내부에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23회 중 가장 오래까지 정부에 남아 정책을 챙겼던 이동근 부회장은 온화하면서도 꾸준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경부 출범과 함께 신성장동력산업을 총괄했으며 글로벌 경제 위기가 터진 후에는 무역투자실장으로 우리나라 수출 규모 세계 9위를 견인하는 성과를 보였다.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과단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과거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의 신임도 두텁다.
중기중앙회 송재희 부회장은 호탕한 스타일의 오 부회장과 온화한 이 부회장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부드러운 모습을 유지하며 크게 튀지는 않지만 정책 추진에 있어서는 과감성이 엿보인다. 자잘한 실수에 대해서는 넘어갈 줄 아는 호방형 스타일이어서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중기청 정책총괄과장, 기술지원국장, 정책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1990년 이후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틀을 잡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