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벤처 버블(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0년 3월 10일은 미국의 나스닥과 한국의 코스닥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날이자, 동시에 버블 붕괴가 시작된 날이다. 그날, 두 시장은 각각 5132.52포인트와 2834.40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을 정점으로 주가는 급락했고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날 이후 나스닥과 코스닥이 걸어온 길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코스닥 시장은 10년 새 주가가 80% 넘게 빠진 데 반해 현재 나스닥은 사상최고치의 절반 수준에 근접했다. 코스닥에 매년 상장하는 업체 수도 10년 전 178개사에서 지난해엔 55개사로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 벤처투자 환경이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벤처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도달하는 시기는 평균 창업 후 12년 정도다. 이들은 상장을 통해 투자자본을 확충하고, 새롭게 태어난다. 더욱이 인수합병(M&A)시장이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코스닥 시장은 벤처 생태계의 유일한 생명줄이다.
코스닥 시장을 살리는 것은 벤처업계가 직접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열악한 벤처환경은 모험과 자유로운 사고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한 벤처 문화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전문가들은 자금이 돌면 벤처산업과 시장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제2의 벤처 붐’을 기대하려면 ‘시베리아 벌판’과 같은 벤처투자 환경부터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