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영상이 IT 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3D 기술로 제작된 영화는 사상 최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증권 시장에서는 3D 관련 솔루션 업체들이 승승장구한다. 글로벌 IT전시회에서도 단연 3D가 이슈를 장악하고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망라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3D는 영상으로만 구현되고 있다. 1차원 평면 영상을 입체감 있게 시각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런 기술은 영화 등 영상 콘텐츠에서 건축·디자인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만약 3D가 영상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구현된다면 어떨까.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 건축 설계를 축소해 직접 만져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택지 개발을 할 때도 변해가는 모습을 실제 만들어가면서 변화 양상을 체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3D 영상이든 물리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뉴욕에 있는 사촌 언니를 곁에 있는 것처럼 포옹할 수도 있는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TV 속 인기 아이돌그룹 2PM이 만질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세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고정된 물체를 3D 그래픽을 통해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것은 현재도 가능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3D 영상을 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새로운 영역이다.
이런 분야에서 초기 단계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메사추세스공과대(MIT) 미디어랩에서는 만질 수 있는(tangible) 3D 디스플레이 프로젝트 중 하나로 ‘릴리프(relief)’를 개발하고 있다.
릴리프는 테이블 표면에서 작동하는 디스플레이로, 펴서 늘릴 수 있는 표면에 3D 모양을 표현하고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술이다. 이것은 이용자들이 시각적으로 인식한 지리학적 지형 등의 모양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테이블 표면은 120개의 모터로 움직이는 핀들이 배치돼 작동된다. 3D 영상에 따라 각각의 핀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 높낮이를 구현하는 것이다. 릴리프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도구로 구축돼 저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 측은 “영상을 실제 만질 수 있도록 창조하는 것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휴먼컴퓨터인터랙션) 연구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