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입체 영상이 뜨고 있다. 영화 ‘아바타’의 인기를 목격한 영상 산업계가 3D에 올인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3D 제작 열기가 뜨겁다. 가장 역동적인 분야가 영화다. 영화 아바타는 생생한 입체감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여러 부가 수익을 창출했다. 아바타 이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의 3D 영화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개봉 첫 주 수입은 세계 최대 흥행영화인 ‘아바타’의 첫 주 수입을 넘어섰다. 지난 5일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7일까지 7400개 상영관에서 총 1억163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이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아바타의 개봉 첫 주 수입 7700만달러를 훨씬 웃돈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영화제작사는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사, 채널 사용사업자(PP)도 3D 영상 제작에 한창이다. 2D 영상을 3D로 컨버팅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3D 영상이 안방을 장악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장기간 반복해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와 달리 TV방송은 끊임없이 새 영상을 보내야 한다.
#3D 콘텐츠 시장 ‘쾌청’
올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25편의 3D 할리우드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도 3D 영화로 다시 찾아온다. EBS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냉장고 나라 코코몽’과 3D 영어교육 애니메이션 ‘캐치 더 그래스 호퍼(Catch The Grass Hopper)’, 다큐멘터리 ‘고기들의 천국, 제주 문섬’ 등 3D 방송콘텐츠를 선보이는 시사회를 지난 2월 27일 상암 CGV에서 개최했다. 300명 시청자를 초대해 연 시사회에서는 그동안 EBS가 제작한 다양한 장르의 3D 콘텐츠를 선보여 교육 부문에서 3D방송 콘텐츠의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EBS가 올해 말 12월 극장 개봉을 먼저 할 ‘한반도의 공룡2-공룡 점박이’는 전작에 비해 세 배가 넘는 총 70억원 제작비를 투입해 3D영상으로 제작되고 있다.
3D 영화의 장점은 무엇보다 생동감이다. 입체감을 통해 관객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눈앞에 있고, 영화 속 무대에 관객이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생동감으로 인해 관객들은 두 배 가까운 영화비를 아까워하지 않는다. 3D는 곧 ‘수익’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다. 관객에게는 재미를, 영화산업계에는 수익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3D 영화는 잡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조만간 3D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3D 영상 시설이 갖춰진 D시네마는 전국적으로 30%가 채 안 되지만,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확산될 예정이다.
방송계로 가면 이슈는 조금 복잡해진다. 3DTV 가격은 LCD와 큰 차이가 없는 TV 출시로 인해 걱정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3D 입체영상이 안방까지 찾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가 절실하다. 블루레이 디스크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 VCR처럼 블루레이 디스크 대여점이 3DTV 확산의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방송’이 가능해져야 한다. 방송에서 3D 콘텐츠 매력은 극장에 비해 덜한 셈이다. 수익이라는 당근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더욱 그렇다. 투자는 있을 뿐,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이 크지 않다. 다만, 광고의 생동감이 3D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정도다. 그나마 간접광고가 허용돼, 방송계의 광고 시장에 3D 콘텐츠가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방송계는 콘텐츠 마련을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 10월 3D 시험방송을 앞두고 있는데다 3D 방송을 프리미엄 서비스로 제공하자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스카이라이프는 하루 두 시간 분량을 24시간 동안 방송하는 채널을 오픈했다. 10월께가 되면 다섯 시간 분량까지 늘릴 계획이다. CJ헬로비전은 기가인터넷 시범사업에 참여해 주문형비디오(VoD)로 3D 입체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검토 중이다.
지상파 방송 4사는 3D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KBS는 전담 TF를 만들었으며, SBS는 창사 20주년을 맞아 3D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EBS는 더욱 적극적이다. 3D방송 콘텐츠 80여편을 제작할 예정이다. TCN프로덕션은 지역 축제인 청도 소싸움을 3D입체 영상물로 제작해 내년 청도 소싸움축제에 선보인다. 싸움소의 역동적인 모습을 실감나는 3D 영상으로 구현하게 된다. 소싸움과 함께 청도군의 아름답고 정겨운 풍광도 3D 입체영상에 담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홍보영상물 가운데 최초의 3D 영상홍보물로 활용될 전망이다.
#3D 콘텐츠, 2D→3D 컨버팅 기술이 ‘가물에 단비로’
3D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 회사 설립도 줄을 이어 3D 콘텐츠 부족 현상을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세계 최초로 24시간 3D 방송을 시작한 스카이라이프는 3D 콘텐츠 전문 스카이3D라는 자회사를 통해 콘텐츠 수급은 물론이고 3D 콘텐츠 제작도 하고 있다.
현대아이티는 샤인시스템과 3D 콘텐츠 전문회사 ‘M3D샤인’을 공동 설립해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연예기획사 디초콜릿도 3D 콘텐츠 제작사 케이쓰리디씨(가칭)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또 2D에서 3D로 변환해주는 기술도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3D 콘텐츠 제작은 제작비보다 제작 기술이 더욱 문제다. 아직 3D 제작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어지럽지 않고 생동감을 부여할 만큼 안정적인 3D 콘텐츠 제작 기술 확보가 큰 문제다.
컨버팅 기술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전문가들은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낙관했다. TV가 2D 콘텐츠를 3D 콘텐츠로 바꾸고 기존에 나온 2D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기술도 개발돼 콘텐츠 발굴에 짐을 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3DTV 라인업에 3D 컨버팅을 구현하는 자체 칩을 탑재했다. 이 TV는 3D로 제작하지 않은 2D 영상이라도 TV 자체에 내장한 칩을 통해 리모컨 버튼 하나로 3D 효과를 낼 수 있다. 2DTV로 보는 드라마·스포츠·뉴스·오락 등 모든 프로그램을 3D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컨버팅 기술을 소개하면서 “시장 활성화 관건으로 꼽는 게 3D 콘텐츠지만 콘텐츠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컨버팅 기술은 2D 영상을 3D로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TV 소리를 조절하듯 3D 입체감을 깊게, 얕게 기호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2D 영상을 3D로 바꾸는 작업도 한창이다. 리얼디스퀘어는 MBC가 제작한 5부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전환한다. 티유미디어와 프로그램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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