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전기 저장고’ 전기자동차가 인기다.
최근 각종 국제 모터쇼에서 비친 전기자동차 개발 추세는 숨가쁠 정도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는 오는 2012년에는 약 120종의 전기자동차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연비 기준 및 배기가스 규제 강화정책에 따라 10년 뒤인 2020년에는 주요 자동차 선진국에서 전기자동차가 전체 자동차의 2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PC와 휴대폰처럼 전기자동차는 산업 지형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인식되고 있다. ‘운송’이라는 고유 영역을 유지하면서도 이동하는 ‘에너지 저장’ 기능과 움직이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그 영역이 대폭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서의 경쟁 대상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결국 전기차는 운송 시장뿐 아니라 전기에너지 시장과 무선 서비스 플랫폼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전기차는 휴대 및 차량 내 모바일 기기의 충전 서비스는 물론, 전기차 자체가 하나의 센서 또는 리더(Reader)로 기능하면서 교통 정보와 관련 서비스를 창출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의 장벽은 높고 충전 인프라 역시 기존 주유소만큼 투자되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손홍관 전기연구원 전력설비지능화연구센터 박사는 “전기자동차의 전력 규격은 모델마다 다르겠지만 급속 충전 시 평균적으로 50㎾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일반 가정의 에어컨 용량이 3㎾ 이하인 점에서 볼 때 돌아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충전이 가능해야 하는 전기자동차가 가져올 전력계통의 충격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강화 및 고유가 문제 등으로, 많은 나라가 전기차 개발 및 보급을 위해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투자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기차 보급 계획을 2011년으로 앞당겨 추진하기 위해 제도 정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배터리 기술의 혁신에 이어 화석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까지 전기에너지로 표준화하면 결국 에너지 저장도 디지털화 한다. 전기자동차는 이러한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면서 에너지 저장장치로 재탄생하고 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