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물고기를 수면으로 끌어모아 주는 집어등은 염분 섞인 바닷바람에 강하고 엔진 진동도 잘 견뎌내야 합니다. 일반적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보다 인증 규격이 훨씬 까다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르면 이달에 안에 한 차원 보강된 제품 인증 기준이 발표될 것입니다.”
배봉성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LED 집어등 보급사업과 관련, 제품 분석 및 인증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배 박사가 수립한 기준을 통과한 LED 집어등이 국내 갈치 채낚기 어선 20여 척에 설치돼 조업 중이다. 오는 4월 안에 10여 척의 배가 추가로 LED 집어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최근 배봉성 박사는 지난해 기준보다 한층 까다로운 인증 규격을 마련, 발표를 앞두고 있다. 특히 1와트(W)당 35루멘(㏐)인 현재 유효광효율 기준을 37∼38㏐ 정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는 2011년에는 40㏐대 초반까지 높일 예정이다. 배 박사는 “최근 LED 칩 성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어 등기구 성능 규격을 더 까다롭게 만들 예정”이라며 “광효율이 높을수록 집어등에 사용되는 발전용 연료 사용량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인증을 통과하기 위한 의무 조업일수도 현행 30일에서 90일로 늘어난다. LED 집어등 제조업체들은 자사 제품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 어선에 조명을 설치해 놓고 일정기간 조업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배 박사는 “90일 정도 실제 조업현장에서 시험해 보면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은 대부분 밝기가 줄거나 꺼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불필요하다고 지적됐던 기준들은 과감히 제거할 방침이다. 특히 등기구 총광량(전체 밝기)에 대한 기준은 올해부터 사라질 것이 유력하다. 그동안 10톤급 어선에 설치되는 집어등은 전체 광량 28만㏐이 넘는 게 원칙이었다. 배 박사는 “LED 집어등에 대한 인증은 전체적인 밝기가 아닌 개별 등기구의 효율에 관한 문제”라며 “이제는 집어등의 절반만 LED로 교체해 전체 광량이 28만㏐이 안되더라도 에너지 효율만 높으면 인증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증기관이 탄력적인 LED 집어등 인증 기준을 마련하자 실제 LED 업계의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인증을 통과한 국내 업체들이 일본 수산업자들과의 공급계약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 냈다.
배봉성 박사는 “일본 수산업 관계자들이 국내 LED 집어등이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개발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더라”며 “LED 집어등 분야에서는 우리가 수산업 왕국인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