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위성방송을 통해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운용체계(OS)가 보도되면서 북한 정보통신(IT)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졌다. 북한IT의 현황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 정부는 소프트웨어(SW) 개발과 북한 내 통신망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미래를 위해 IT를 육성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이를 방증하듯 연초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보통신 장비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인터넷 개방도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될 만큼 네트워크 투자를 단계별로 밟아가고 있다. IT가 북한 개방을 앞당기는 셈이다. 북한 IT 발전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난 7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것처럼 위협의 요소로 다가오는 동시에 교착된 남북교류에 새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IT가 어디쯤 와 있는지, 이를 통해 남북 화해와 교류를 이룰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 소속 IT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2000년까지 북한 내부 연구진이 ‘정보화’ ‘정보산업’을 제목에 직접 거론한 논문은 전무했다. 그러나 2001년 2편을 시작으로 2002년 13편, 2003년 8편, 2004년 6편, 2005년 7편, 2006년 8편, 2007년 3편, 2008년 5편 등 꾸준히 늘어났다. 폐쇄적 경향이 짙었던 지난해에도 정보화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았다. 2009년 ‘경제연구’ 1∼3호에 정보화 관련 논문은 10편이나 실렸다.
2002년∼2004년, 2006년, 2008년, 2009년에는 과학기술 논문보다 정보화 관련 논문이 더 많다. 북한 사회에서 정보화 탐구가 주요한 학문 경향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08년 최고인민회의 제11기 제6차 회의를 거치면서 IT에 대한 투자는 더욱 두드러졌다. 회의에서 북한은 “올해부터 우리는 2012년까지의 새로운 국가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 수행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 정보화의 핵심은 SW다. 그동안 CPU를 비롯한 핵심 부품 수입 통제로 인해 북한은 하드웨어(HW)보다는 SW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왔다. 바세나르협약과 미국의 캐치올 전략으로 인해 초당 2400비트 이상 연산속도를 내거나 미국기술이 10% 이상 들어간 품목은 북한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2008년 국가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을 기점으로 더욱 SW에 공을 들인다. 공개된 북한 OS도 이러한 차원에서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NK지식인연대 측은 “북한이 SW 산업을 부흥시켜 인도처럼 아웃소싱 수주를 통해 국력을 키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HW 인프라가 부족하고 네트워크 한계로 인해 데이터 검색과 협업이 자리잡지 못했으나, 퍼지 이론 등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한 알고리듬만큼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일례로 북한이 자체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 ‘은별’은 세계적으로도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이 기술을 인정한 미국의 한 대학과 조선컴퓨터센터(KCC)가 SW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연산능력을 위해 12개 메인프레임을 묶어 병렬처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SW 인재 양성 과정은 각별하다. 150여개 중학교(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과정) 중 최고 우수 학교에서 SW 영재들을 양성한다. 그런만큼 북한에서 SW개발자들은 화학·핵물리학 전문가만큼이나 가장 전망있는 직업군에 속한다.
북한의 SW 인력은 2만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조선컴퓨터센터(KCC)·평양정보센터(PIC) 등 30여개의 센터와 연구소를 통해 SW 개발 능력을 키우고 있다. SW 개발 협력 추진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한 SW 기업 CEO는 “북한 개발자들은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능력이 탄탄해 SW 개발의 핵심인 알고리듬 설계에 강하다”며 “이뿐 아니라 보안 SW 능력도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인도처럼 아웃소싱 수주를 통해 국력을 키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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