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취임 때부터 일자리 창출과 함께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중견·중소기업 진흥정책이 관계부처 이견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10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경부는 성장이 정체된 중견·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을 되살리고,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중견·중소기업 육성책을 추진 중이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공식발표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서민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현 정부 시책이 집안부터 손발이 안 맞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성책은 최근 중견·중소기업의 성장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실질 대책 없이는 국가 성장전략 전체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원 300인 이상 1000명 미만의 중견기업은 지난 1997년 1554개에서 2007년 1444개로 7% 이상 감소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생산성도 지난 2007년 기준 대기업의 33.4%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의 투자 성과를 나타내는 R&D 집약도 역시 중견·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대기업의 R&D 집약도는 3.1%인 반면에 중소기업은 1.9%,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낮은 1.4%에 그쳤다.
지경부는 이에 따라 중견·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지원 감소와 규제 급증 등 중견기업으로서의 성장을 저해하는 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법인세 최저한 세율 적용, 중견기업용 펀드 조성, 경영 승계시 상속증여세 감면 조치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하자마자 법인세율이 두 배로 뛰면서 중견기업으로 나아가는 다음 단계 성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획재정부 역시 중견기업의 육성에는 일정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견기업’이란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틀=새로운 규제’라는 주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견기업이란 새로운 범위를 정하는 것은 또 다른 정부 규제의 틀이 생기는 것이자 새로운 칸막이를 만드는 일”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세수 축소에 따른 재정 부담, 기업 간 역차별 등의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당장 세수야 줄겠지만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커야 세수도 늘고 국가가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새로운 틀이 없으면 현실에 맞는 지원대상을 명확히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지경부 관계자는 “예컨대 중소기업을 통해 세수 10조원을 거둔다고 하면,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자라면서 늘어나는 세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며 “결국은 기업이 잘해서 세금을 많이 내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