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초, 신형 5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BMW코리아는 3월 8일부터 이 차를 위한 ‘클로즈드 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진 서울 청담동의 특설전시장에서 초청고객들에게만 미리 신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7시리즈의 출시에 앞서서도 ‘한 사람만을 위한 신차발표회’를 컨셉으로 비슷한 신차 미리 보기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에 비하면 대상인원이 훨씬 많긴 하지만 7시리즈와 유사한 명품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5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올 새 5시리즈는 기존에 판매되던 5세대 모델의 뒤를 이어 6년 만에 완전히 바뀐 6세대다. 5시리즈는 1972년에 초대 모델이 나온 이래로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555만대가 넘게 팔렸고, 해가 다르게 판매대수가 늘고 있는 BMW의 핵심모델. 특히 한국시장에서는 전체 BMW 판매대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 5세대 5시리즈는 이른바 ‘528쇼크’라 불리는 파격적인 가격정책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자리하는데 성공했다. 그 핵심에 있는 것은 물론 언급한 대로 528i. 3.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6000만원대 후반 가격의 5시리즈다.
528i는 5시리즈가 올해 모델 교체를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해 동안 3098대가 팔려 수입차 판매순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 차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로, 그 중에서도 역시 3.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E300이다. 벤츠는 BMW보다 한발 앞서 작년 여름에 신세대 E클래스를 내놓았는데, E300은 이때부터의 판매량(1814대)만으로도 2009년 수입차 판매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11월과 12월을 캠리와 어코드에게 내준 것을 제외하면, 출시 이후 올해 2월까지 월간 수입차 판매순위에서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니 528i와 E300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의 특성과 기호를 대변하는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월간 판매대수에서는 당연히 5시리즈가 밀리고 있는 모습이지만, 새 5시리즈가 과연 어떤 성능과 사양, 가격으로 반격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새 5시리즈는 눈에 보이는 실내외의 모습부터가 완전히 달라졌지만 그보다도 눈길이 가는 대목은 효율성의 강화이다. 차체는 커졌지만 무게는 줄었고 강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엔진과 변속기의 구성도 마찬가지. 힘이 예전보다 좋아졌으니 연료를 더 소모해야 정상이지만, 그 반대다. 종전보다 2단이나 많은 8단 자동변속기를 전 모델에 적용했고, BMW가 내세우고 있는 ‘이피션트다이내믹스’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결과다.
도어와 보닛, 앞 휀더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고 엔진 힘을 빼앗는 보기류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가동되도록 함으로써 연료소모를 줄였다. 하물며 제동 때 버려지던 에너지도 다시 모아서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사용하고 공기저항도 필요에 따라 조절한다. 새 7시리즈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 개발한데다가 실내외의 구성에서도 흡사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5시리즈의 상품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국내시장용 528i의 경우에는 경쟁모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동주차장치를 신무기로 추가해 경쟁력을 더욱 높였다. 국내에서는 4월1일에 가솔린 모델인 523i, 528i, 535i가 먼저 출시되고 가을쯤에 디젤 엔진을 탑재한 520d와 535d가 출시될 예정. 가격은 528i의 경우 이전모델보다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528i는 6890만원, 벤츠 E300은 6970만원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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