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알티마를 보면 인피니티 G37이 절로 생각나곤 한다. 같은 회사 소속이고 덩치도 대략 비슷하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피니티 특유의 넘실대는 라인이 알티마에게서도 보인다. 한국에는 인피니티가 먼저 들어왔고 눈에 익어서인지 알티마도 그런 후광을 받는다. 흔히 같은 회사 내에서 취하는 패밀리룩 톱-다운 전략이 이런 형태로도 나타나는 느낌이다.
뉴 알티마는 외관이 조금 달라졌다. 크게 바뀐 것은 아니지만 이 차를 보다가 이전 모델을 보면 어딘지 허전하다. 자동차의 실내에서는 1㎝의 변화가 체감 공간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드는데, 외관에서는 디테일 몇 가지가 그런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 달라진 부분을 보면, 우선 크롬 그릴이 추가됐고 범퍼 하단의 형상이 변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닛의 라인이 더욱 과감해졌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실루엣과 스포티한 자세는 여전하다. 알로이 휠의 디자인도 바뀌었는데, 출력을 생각한다면 타이어나 휠의 사이즈는 좀 작은 듯 하고, 트레드 패턴도 비교적 얌전하다.
차체의 전장에 비해 전폭이 좁은 일본차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실내 공간이 좁은 것은 아니다. 2열도 패밀리 세단의 성격에 맞게 다리공간과 좌우 공간이 충분하고 시트도 편안하다. 내용은 딱 3000만원대 수입차에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급스럽다기보다는 단정하다고 할 수 있다.
뉴 알티마의 실내는 이전과 기본 디자인이 같지만 일부 재질이 달라졌고 편의 장비가 추가됐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센터페시아에 추가된 모니터다. 이전의 액정보다 훨씬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치고는 너무 작아서 운전 중에는 화면의 글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물론 주로 음성에 의존해 안내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니다.
모니터 적용과 함께 패널 상단의 디자인도 조금 달라졌다. 우선 버튼의 수가 줄면서 보기 좋게 정리됐고 새롭게 아이팟 버튼이 추가됐다. 이 급의 수입차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텔리전트 키라고 하는 키리스 시스템도 적용되어 있어서, 도어록을 해제하거나 시동을 걸 때 주머니에서 시동키를 꺼낼 필요가 없다. 넉넉한 수납 공간도 장점이다. 글로브 박스는 용량이 13리터나 된다.
최고출력 271마력을 내는 알티마 3.5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CVT 모델이다. CVT변속기를 쓰는 일반 시판차 중에 알티마 3.5 보다 힘센 모델은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닛산의 CVT 기술은 앞서있고, 3.5리터 급에서는 독보적이다. 엔진 힘은 인피니티보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이다. 그리고 CVT는 연비 위주라는 편견을 접게 만든다. 알티마의 CVT는 저속에서 나오는 엔진 토크를 극대화 하고 기어비 변환도 매우 빠르다.
위화감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하체는 인피니티에 비해 편안한 설정이지만 동급에서는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고 있는 편이다. 핸들링과 편안함을 잘 절충했고 충격을 잘 흡수한다. 고속주행보다는 중저속에서의 핸들링에 더 강점이 있다. 브레이크는 초기 응답이 빠르고 페달의 감촉도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세팅이다.
2010년형 알티마를 통해 한국닛산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들고 나왔다. 2.5가 3390만원, 3.5가 3690만원으로, 이전 보다 300만원씩 싸졌다. 참 솔깃한 가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다른 편의 장비를 제하고 가격을 낮춘 실속형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내비게이션 등의 사양을 추가했다. 이 정도면 알티마를 향한 소비자 지갑은 한층 쉽게 열릴 것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다.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
자세한 시승기와 사진은 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