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각국이 출구전략을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선진국은 재정건전성 확보에, 신흥국은 급속한 자본유입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IMF가 지난달말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 회의에 제출한 ‘세계경제 전망 및 정책도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서다.
IMF는 각국의 출구전략을 모니터링해 G20 재무장관회의에 보고하는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어 이번 보고서는 향후 IMF가 구체화할 세계경제의 출구전략에 대한 초안이라고도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출구전략, 선진.신흥국 간 달라”=IMF는 G20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간 회복의 양상은 물론 속도 면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선진국의 회복세가 비상상황의 정책지원과 재고소진 효과에 따른 것이라면 신흥국은 강한 내수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가 성장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복세 역시 선진국이 올해 2.1% 성장률에 머무는 반면 신흥국은 6.0%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회복의 속도가 다른 만큼 출구전략의 방법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IMF의 생각이다. IMF는 “정책당국은 출구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적절한 시기와 폭, 방법은 국가별 경제상태와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 재정건전성 확보에 우선순위”=IMF는 선진국에 대해 민간의 수요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 정책을 유지하고 올해 계획한 정책은 충분히 이행돼야 한다며 당분간 정책기조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각국 중앙은행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은데다 실업률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낮은 이자율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IMF는 출구전략시 국가채무가 급등하지 않도록 재정의 건정성 확보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권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 이하인 신흥국들과 달리 선진국의 경우 2008년말 80%에서 2014년에는 120%까지 올라갈 정도로 확장적 정책에 따른 국가채무 급증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IMF는 “재정 건전성 확보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생력 회복의 증거가 나타나는대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며 “통화긴축은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유발을 억제하는 선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IMF는 구체적으로 선진국들이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한 중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독립적 기관을 둘 것 등을 권고했다.
◇“신흥국, 급속한 자본유입 대비”=반면 IMF는 회복세가 빠르고 재정적 여유가 있는 신흥국 및 일부 선진국에 대해서는 다른 정책적 해법을 권고했다.
IMF는 “회복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책과제도 국가별로 다양하다”며 “신흥국의 경우 회복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책전환도 더 빨리해야 할 지 모른다”고 언급,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출구전략 돌입시기가 빠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통화긴축이 재정긴축보다 앞서나가면 안된다고 했던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에 대해서는 물가상승 우려 등 때문에 재정긴축보다 통화정책이 먼저 시행될 수 있다고 봤다.
IMF는 출구전략시 재정건전성 확보에 역점을 두라고 했던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에 대해서는 자본의 급속한 유입에 대비한 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자본의 급속한 유입시 통화량 증가로 이어져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통화정책의 효과를 떨어질 수 있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MF는 또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 확충,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저환율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IMF는 “신흥국들이 환율의 절상을 제한하고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것은 장기적 해법이 아니다”며 “국내 통화의 과잉, 인플레이션 위험 증대, 신용의 질 악화 등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상수지 흑자국 입장에서 환율의 변동성 확대와 통화의 가치상승은 자본유입을 줄이고 무역불균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