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툰부머’라는 명칭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 붐 카툰’이라고 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고 싶어하는 작가 지망생부터 마땅한 연재처를 찾지 못하고 있던 현역 만화가들까지 한곳에 모여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던 공간이다.
현재는 ‘네이버 만화’가 그 역할까지 포괄적으로 하고 있지만 당시 네이버 붐 카툰에서 만나고 친분을 나누던 작가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카툰부머다. 이 카툰부머가 작년 말 시작한 프로젝트인 웹 라디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만화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라디오의 녹음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웹툰포럼 이후 공백기에 무엇을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만화가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이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죠.”
본래 카툰부머는 전신인 ‘네이버 붐 카툰 작가들의 모임’ 시절부터 네티즌의 악플로 인해 절필을 선언한 정대삼 작가를 응원하는 릴레이 카툰은 물론이고 외상성뇌경막하출혈이라는 병을 안고 태어난 이주노동자 아기 주멜라를 돕는 성탄카드 판매까지 매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웹툰포럼도 그 중 하나였다. 이 포럼이 끝난 후 카툰부머 내에선 다시금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게 됐다. 그러던 중 현재 보조 DJ를 맡고 있는 정필원(정필원빈) 작가가 라디오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고 이후 기술적인 부분과 공간 마련 등이 받쳐지면서 비로소 시작하게 됐다.
이전의 출판만화 세대와는 다르게 독자들과의 거리가 무엇보다 가까운 웹툰 세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작품 외적인 면에서의 소통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 이에 카툰부머는 다방면에서 소통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이런 부분의 수요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다.
“독자들과 상호 이해의 폭이 더 넓어지니까 우리가 그리는 작품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초반이고 시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상황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반대로 전례가 없는 만큼 힘든 부분도 많았다.
“방송을 준비하면서 몇 번의 굴곡이 있었어요. 처음에 가장 컸던 부분은 바로 장비 문제였죠.”
마땅한 장비가 없었던 만큼 처음으로 시도한 녹음에 사용한 장비는 다름 아닌 녹음 기능이 있는 MP3플레이어. 하지만 녹음 결과를 들어보니 정말 못 들어줄 정도였다고 한다. 그날 이후 힘들게 돈을 모아 현재의 장비를 마련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에 탄력이 붙었다.
“현재는 특정 표현이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표현 수위를 조절하는 지점에 와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공개된 7화 방송 공개 직후 잠시 동안 내려가는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방송 수위에 관련해 이루어진 조치였다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도 계속 논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방송 횟수가 많아지면서 우리가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가고 있어요.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의 입장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은 자중하려고 합니다.”
만화계 내에서 처음 있는 시도인 만큼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 희망이고 이후에도 이런 방송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밝히는 카툰부머.
“4년 전 카툰부머가 생겼듯 이 라디오를 통해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같이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시기니까요. 독자 분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연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쿨함을 미덕으로 하는 요즘 세상에 (누군가는) 촌스럽다 할지라도 뜨거운 열정을 간직하고 싶다는 그들의 프로젝트에 작은 응원을 날려본다.
양세종 만화칼럼니스트 ysjsizz@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