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콘텐츠 거래 장터인 ‘앱스토어’는 소프트웨어(SW) 유통은 물론이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008년에 탄생한 애플의 앱스토어는 현재까지 약 18만개(2010년 3월 4일 기준)의 애플리케이션을 축적했다. 지난해 25억회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리서치 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앱스토어서 애플의 다운로드 횟수 점유율이 무려 99.4%에 달한다.
전 세계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앱스토어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e베이가 성공 사례를 구축한 거래 장터의 변형이다. 파는 상품이 노트북이나 일상 생활용품이 아닌 음악과 각종 SW 등 콘텐츠로 변했을 뿐이다. 하지만, 애플은 이베이의 비즈니스 모델을 SW와 콘텐츠에 적용해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성과를 거뒀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SW의 상당수도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 모델을 응용하거나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SW의 기능을 혁신해 다시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한 경우가 많다.
◇경쟁제품의 불편을 개선하라=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SW를 개발해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세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 등 SW공룡 기업이 버티고 있지만 이 틈을 비집고 새로운 기업은 나타난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쟁사의 불편이나 오류를 개선해 또 다른 세계 최초의 SW를 개발하는 점이다.
구글은 신규 시장 개척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탄생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라는 두 명의 대학생이 구글을 차렸을 때 이미 인터넷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선 상태였다. 야후와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등 검색엔진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포화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구글은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기업으로 우뚝 섰다. 구글의 성공 요인은 경쟁사의 오류를 개선한 우수한 검색 기술이다. 브린과 페이지는 스탠퍼드 대학 재학 중에 웹 사이트의 중요도를 신뢰성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산출법을 고안하고 다른 사이트에서 인용되는 빈도가 높을수록 그 사이트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법을 적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관리솔루션(DBMS)도 IBM과 인텔 등 경쟁 제품의 불편을 개선해 개발됐다. 오라클은 1978년 첫 번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제품인 오라클 1을 내놨다. 그 이전에는 1960년대에 개발된 IBM과 인텔의 계층형 데이터베이스가 주류였는데 현대적 의미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김승조 서울대 교수는 “국내 SW기업이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은 개발해 시장에 나가는 것은 무리”라며 “기존 프로그램을 개선해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융합과 응용에 주목하라=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은 SW와 서비스 간 융합을 통한 서비스 시장의 블루오션 창출 사례다. 지하철 승차권과 버스 토큰, 동전, 지폐로 교통수단마다 다르게 지불하던 것을 하나로 통합해 성공했다. 서울시 교통카드는 연간 1700억원 이상의 시장을 만들었고 하루 트랜잭션이 3500만건에 육박한다.
교통카드 사업에는 20여개의 중소 SW기업과 서울시, 한국스마트카드, 이동통신사, LG CNS 등이 100% 민간투자방식인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서울시에만 적용했으나 이후 수도권으로 확산됐으며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와 말레이시아가 도입하기로 해 2006, 2007년 2년간 5000만달러 규모를 수출했다.
마이클 코엘료 테라데이터 사장은 “최근 IT업계 화두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는 이전부터 있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며 “기존 기술의 융합과 응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KAIST 교수는 “산업과 산업 간 컨버전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생각마저 융합 체제로 혁신해야 한다”며 “많은 한국 기업이 수직계열화식 비즈니스 모델에 묶여있는데 이를 벗어나 수평적 시각으로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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