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의 정보시스템과 IT조직은 지난해 큰 폭의 변화를 겪었다. 기존 IT조직을 나눠 관련 현업부서로 이관했고, 핵심 정보시스템의 간소화 작업도 동시에 이뤄졌다.
이같은 혁신의 선봉에 선 인물은 박영암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 부사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까지 함께 맡고 있다.
박 부사장이 추구하는 IT 전략은 ‘단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 △시스템 슬림화 △IT 조직개편 △IT 개발 방식 변화 등 3가지 혁신에 중점을 두고 CJ오쇼핑의 IT조직과 인력 및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했다.
우선 재무 등 일부 모듈을 제외하고는 필요없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모듈을 모두 제거했다. 데이터웨어하우스(DW), 보험 시스템 중 사용률이 낮은 시스템도 과감하게 걷어냈다. 지난 2007년에 구축했던 ERP 등 CJ오쇼핑의 기간계 시스템은 추가 개발이 계속되면서 그 규모가 점점 더 방대해졌다.
박 부사장은 “개발 당시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활용도가 낮거나 의사결정 기여도가 떨어지는 시스템을 지난해 모두 제거한 것”이라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의 변화를 수용할 수 없을만큼 시스템이 복잡해져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IT인력들은 최대한 현업에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7월까지 존재하던 CIO 산하 IT 조직을 전격 해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IT 조직은 CJ몰 사업부 산하로, 해외 IT지원 조직은 해외사업 부문으로 이관하는 등 일부 핵심적인 전사시스템 운영자를 제외한 IT 인력들을 현업 부서로 전진 배치했다.
ERP를 포함한 일부 전사 기간계 시스템의 투자와 운영은 경영지원실 산하로 이관해 박 부사장이 손수 챙기고 있다. IT에만 해박한 인력은 CJ오쇼핑이 아닌 IT 솔루션 업체로 이직하는 게 낫다는 것이 박 부사장의 지론이다. 박 부사장은 “IT와 현업의 거리가 얼마나 짧은가가 바로 IT 전략의 경쟁력”이라며 “현업보다 비즈니스를 더 잘 알고 IT 전문성을 덤으로 갖춘 기획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업의 요구사항을 모두 개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리는 등 IT조직의 일하는 방식도 능동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도 박 부사장의 신념이다. 박 부사장은 “IT책임자는 서비스를 잘 제공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산업의 변화를 포착해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임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CJ오쇼핑은 전사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이를 위해 연초 상품, 방송 등 각 분야 전문가와 IT 인력 등이 모인 ‘운영혁신팀’을 조직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 등 임직원 전체의 업무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비효율적인 업무와 조직을 과감히 제거하는 작업이 곧 본격화될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조직내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에 치중해왔다면 올해부터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15년간 성장해 온 CJ오쇼핑의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고민하고 매입방식의 변화, 새로운 상품유형, 새로운 판매채널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단순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적으로 간결화를 추구한다면 이를 통한 비즈니스 지원도 한층 강화한다.
최근 오프라인 쇼핑몰들이 온라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등 유통채널을 다각화하려는 컨버전스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을 모두 보유한 CJ오쇼핑의 전략은 TV홈쇼핑 상품을 인터넷 채널로 확장시켜 판매하는 것이다.
급증하는 온라인 쇼핑객을 유혹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는 갈수록 중요한 경쟁력 요인이 되고 있다. “CJ오쇼핑만의 무기는 콘텐츠를 가미한 제품 판매”라며 “상품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할 수 있는 능력을 차별화된 역량으로 삼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이며, 웹진형 쇼핑 서비스 ‘O트렌드’ 코너 등이 이 일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위해 각종 미디어와의 제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온미디어를 인수한 것도 콘텐츠 역량 강화 차원에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처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강화를 도모하고 있는 박 부사장은 “과거에는 TV, 인터넷, 카탈로그와 같은 별도 채널별로 쇼핑이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고객들의 다양한 채널 기반 쇼핑 습관을 극대화시키고 잘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CJ오쇼핑은 이를 위해 TV 쇼핑 고객들이 인기상품 주문시 전화 폭주로 상담원을 기다리지 않고도 CJ몰을 통해 빠르게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홈쇼핑에서 판매했던 제품을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쇼핑몰 내 카테고리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컨버전스’ 관점에서 올해 핵심 안건 중 하나는 모바일 서비스와의 연계다. 박 부사장은 “TV쇼핑의 경우 라이브 방송 당시 구매 조건이 좋은 경우가 많은 만큼, TV앞에 앉아있지 않은 소비자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모바일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모바일 쇼핑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CJ오쇼핑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일반 휴대폰에서의 쇼핑 패턴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이용 고객에 적합한 서비스 개발, 통신사 및 콘텐츠 사업자와의 제휴서비스 발굴, 또 유무선을 연동한 쇼핑 서비스 모델 제공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올 상반기에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 연내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CJ오쇼핑은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진출했던 인도 홈쇼핑 시장의 사업 안정화를 추진하고 올해 중국 및 동남아 시장 추가 진출도 꾀하고 있다. 이에 해외 법인을 위한 IT 패키지를 개발해 각 법인에 확산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신규 해외 시장 진출시 최소비용으로 단기간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규 해외 시장의 현지 프로세스를 반영해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국내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개선해 간소화된 해외용 패키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 소싱 네트워크를 위한 상하이소싱센터를 설립했다. 중국내 합작법인인 동방CJ와 천천CJ에 제품 공급이 더 수월해졌다. 지난달에는 일본의 상품기획사인 도시샤와 제휴해 앞으로 한중일 글로벌 소싱 프로젝트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될 상하이소싱세터와 일본 1위의 상품기획사인 도시샤, 그리고 CJ오쇼핑의 상품소싱개발센터가 공동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유통하면 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물류 고도화 등 공급망관리(SCM) 전략을 위한 상하이소싱센터의 정보시스템 역량도 한층 높일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