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보다 낮은 곳에 놓인 볼을 때리면 슬라이스가 난다고 골프 교과서에 쓰여 있다. 과연 사실일까. 프로선수들의 실전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도 찾아보았다. 결론은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실전에서 왼쪽 언덕에 놓인 발보다 낮은 곳에 있는 볼을 때렸을 때 슬라이스보다는 왼쪽으로 잡아당기는 샷이 더 많이 나오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골프 교본에는 페어웨이에 놓여 있는 발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볼은 슬라이스가 나며, 러프에 있는 볼은 호젤에 풀이 감기기 때문에 왼쪽으로 잡아당기는 풀샷이 나오기 쉽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볼은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나의 결론은 ‘왼쪽으로 잡아당기는 샷이 80% 확률로 나온다’다. 미국 PGA 녹화 테이프에는 이런 경우가 별로 없다. 미국 골프코스들이 평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플레이하는 코스와 비슷한 세팅을 가지고 있는 국내 대회나 일본 JLPGA의 녹화 테이프에서는 이런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JLPGA 대회에서 고우순 선수가 우승할 때 마지막까지 따라붙었던 히고 가오리 선수의 세컨드 샷이다. 히고 가오리 선수는 우리처럼 왼쪽을 겨냥해서 샷을 했다가 이 볼이 감기는 바람에 또다시 러프에 들어가 보기를 하고 우승컵을 고우순 선수에게 내줬다.
발보다 낮은 곳에 놓인 볼이 러프에 들어 있으면 비탈에 서서 스윙을 하다 보니 체중 이동을 전혀 할 수가 없다. 결국 팔만 가지고 때리면 왼쪽으로 감기는 샷이 나온다. 교본에 나온 말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왼쪽을 겨냥한 샷은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절대로 러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또 왼쪽 러프로 들어가고 만다.
교본은 바둑의 정석에 해당된다. 정석만 생각하면 바둑이 늘지 못하는 것과 같다. 90대 초반에 이른 골퍼는 교과서를 참고로는 하되 자기의 경험을 가미해서 자기만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매뉴얼은 데이비드 레드베터도 만들어 줄 수 없는 물건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스코어를 줄이는 노하우의 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