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정부의 산학공동연구 협약 가이드라인 제정이 계속 답보 상태에 머물러 국내 산학협력 연구개발(R&D)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산학공동연구 협약 가이드라인’ 제정이 지식재산권 확보를 둘러싸고 기업과 대학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중재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일방적으로 불리한 연구용역계약서를 강요받고 있다는 대학측 불만이 높아지면서 향후 산학협력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학공동연구 가이드라인 제정에서 기업 측은 연구비를 투자한 만큼 연구 결과에 대한 소유권과 실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대학은 기술 발명에 따른 일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실시조건을 명시하고, 일방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동희 지식경제부 과장은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건기 교과부 학연산지원과장도 “기업과 대학이 의견 차가 너무 심해 가이드라인 제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학 산학협력단 측은 가이드라인 제정이 늦어지면서 여전히 불리한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제시받고 있다는 불만이다. 대학 산학협력단 한 관계자는 “산학공동 연구와 관련한 협상에서 연구비가 필요한 대학은 항상 ‘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개별 기업과 대학의 계약서에는 선행기술 무상 사용과 대학 기술보증 의무 조항이 여전히 명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행기술 무상 사용은 기업이 대학에 연구비를 투자할 때 그 이전에 해당 대학이 개발한 기술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술 보증은 대학의 연구 결과로 만들어진 기술이 다른 특허를 침해했을 시 대학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으로, 이 두 조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왔다.
박재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재산전문위원장(한양대 교수)은 “대학과 기업의 이견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최근 주요 대학과 대기업간 R&D가 대폭 줄었다”며 “이러한 국가적 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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