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들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현재 인력충원, 시스템 보완과 함께 경영진 인식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경영진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적절한 인력 확보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AML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에 가입하면서 과거에 비해 전사적인 인식은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경영진들의 인식은 부족하다”면서 “더욱이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AML시스템을 구축하고 담당인력을 갖췄다고 해도 이는 비용절감을 위해 형식적인 대응에서만 머무르고 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반드시 AML에 대한 전사 교육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효율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인식 부족뿐 아니라 AML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내부 전문가가 일부 은행이나 대형 2금융사를 제외하고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 한차례의 교육도 실시하지 못한 금융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AML 전문 컨설턴트들은 “금융사 경영진들이 AML 체계 구축을 비용적인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AML 체계를 갖춤으로써 향후 발생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외 거래에서 발생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계적인 금융사들이 정확한 AML 체계를 적용하지 않아 수백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벌금을 부과 받은 것은 물론, 영업정지나 수백만개의 데이터 정제 등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는 곧 즉각적인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함께 금융사의 평판이 낮아져 평판리스크가 발생될 수 있다. 낮은 평판으로 인해 환거래 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거나 각종 거래에서 발생되는 신용도에 따라 예치하게 되는 보증금도 높아지게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융간의 국제 거래나 인수합병(M&A), 해외 증시 상장 시 필수 조건으로 AML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영진 스스로가 현실적인 AML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는 AML 국제협약을 이행할 수 없게 돼 장기적으로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