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O 지원자금 "대기업에 가나"

배분비율 50 대 50으로 바꿔…업계 강력 반발

 정부가 중소 에너지절약 전문기업(ESCO)에 배정된 자금을 떼어 대기업에 지원하도록 자금지원 지침 변경을 추진, 중소업체들이 반발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개최한 대기업 ESCO 설명회에서 대기업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자금 지원 비율을 대기업 쪽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 대기업 ESCO(30%)와 중소기업 ESCO(70%)의 자금 비율을 50 대 50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나온 배경은 지난 1월 말 1차 자금신청접수 결과 대기업 ESCO의 신청규모가 배정된 자금의 250%에 달할 정도로 몰린 반면에 중소 ESCO는 30%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오는 12일까지 중소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고 3단계 자금신청이 시작되는 4월부터 변경된 내용을 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350억원인 ESCO 전체 예산 중 각각 405억원과 945억원으로 배정돼 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ESCO자금은 675억원으로 동일하게 재배분된다. 중소기업에 배정된 자금 945억원에서 270억원(약 30%)이 줄어드는 셈이다.

 중소ESCO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중소 ESCO의 한 대표는 “1월에 중소기업 ESCO 자금 신청이 활발하지 않아 배정된 자금이 남고 반대로 대기업 자금은 모두 소진된 것이 사실이지만, 통상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신청이 3월 이후부터 활기를 띤다. 지경부의 이번 판단은 중소 ESCO의 설자리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 ESCO 관계자는 “정부가 정말 ESCO 활성화 의지가 있다면 전체 ESCO 예산을 늘릴 일이지, 중소기업 배정 예산을 떼다가 대기업에 주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중소ESCO가 강하게 반발하자 지경부는 “ESCO자금이 소진될 경우 중소기업에 한해서만 에너지절약시설지원자금 중 자발적협약(VA) 등으로 배정된 예산을 전용해 ESCO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을 전용하는 것은 기획재정부와 아직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동재 기획재정부 지식경제예산과장은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위해 마련해놓은 배정자금 비율을 사업 중간에 변경하는 것은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해들은 내용 또한 전혀 없다”며 “특히 연초부터 이렇게 계획을 바꾸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 VA를 비롯한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의 99%가 소진된 상황에서 ESCO 자금에 추가 배정한다면 본래 예산이 배정됐던 다른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소 ESCO들은 지경부가 궁여지책으로 꺼낸 ‘자금전용카드’를 써야 될 상황이 되더라도 무리하게 사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함봉균·최호기자 hbko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