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난색을 표명했다. 지난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28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을 편성한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제 50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추경예산 편성에 관해 “현재의 경제상황 하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4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4대강 사업의 예산을 삭감해 5조5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와 여당에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전반적인 거시경제 동향을 보면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내외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사전에 면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면서 “특히 수출회복세를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내수확대 방향, 위안화 절상 문제 등 해외경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가경정예산을 크게 편성하기에는 대내외 환경이 아직 불안하다는 지적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고용난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 인턴 채용을 적극 활용하고, 지방정부에서도 낭비적 예산을 절감해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중앙 정부가 직접 예산을 편성해 희망 근로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섰다면, 올해는 지자체와 민간이 나서 고용 문제를 담당해야한다는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가 경제전문기관들의 의견을 경청해 필요한 사항은 정책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과 민간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해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과 재정조기집행 추진현황 등을 점검했다.
참석한 김주형 LG경제연구소장은 “세계경제가 상당기간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국내 경제도 조정받고 있으나 2분기부터 전기대비 1% 내외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소장은 “수출시장의 빠른 회복세, 설비투자 회복 등이 긍정적 요인이나 소비회복 제약,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고용부진 등은 부정적 요소”라고 진단했고, 박우규 SK경제연구소장은 “거시경제 안정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고용 등 잠재된 불안요인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