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현대차에 이어 전 세계 사업장에 표준화한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글로벌 경영이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상철 현대·기아차 ERP추진실 상무는 11일 “슬로바키아·미국 조지아 등 새로 지은 공장에 개별 ERP를 각각 구축했다”며 “오는 4월부터 국내 사업장에 표준화한 ERP 구축을 시작해 이를 연동한 글로벌 ERP를 내년 8월 개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판매법인·생산공장·사무소·지역본부·연구소 등 40여개 해외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다.
기아차의 글로벌 ERP는 지역별 공장과 판매법인이 각각 개별 ERP(인스턴스)를 구축하고, 중요 데이터를 통합하는 로컬 인스턴스 방식으로 구축된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ERP에 글로벌 공급망관리(SCM)도 연동할 계획이다. 세계 대리점의 판매·재고 정보를 연동해 과학적인 생산, 자원의 효율적 관리 등 경영 전반을 혁신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8년부터 글로벌 ERP 구축에 돌입해 지난해 1단계 사업을 끝내고 올 하반기 2단계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대차에 이어 내년 기아차까지 글로벌 ERP를 본격 가동하면 그룹 전체가 IT 기반 첨단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한다.
최 상무는 “글로벌 ERP를 개통하면 하나의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시스템과 서비스를 연동해 경영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자동차업체 가운데는 벤츠·BMW 등 독일기업이 주로 글로벌 ERP를 도입했다. 미국·일본업체들은 아직 도입한 사례가 없다. 기아차 글로벌 ERP 프로젝트에는 SAP의 ERP 솔루션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ERP 환경을 도입하면 전 세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영업·생산·회계·인사·서비스 등 경영 전반의 업무를 한번에 관리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한 빠른 의사결정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분기 결산을 10여일 가까이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지금까지 국내 제조 대기업으로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금호타이어 등이 글로벌 ERP 환경으로 전환했거나 구축 중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