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역별로 나눠 특정 유통업체에 소프트웨어(SW) 판매권을 부여하는 총판 정책을 철회했다.
그동안 지역별로 출혈경쟁을 자제해온 소프트웨어(SW) 총판업체 간 무한경쟁이 불가피해 ‘총판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MS는 한국시장 진출 이후 고수해온 지역별 총판 할당 정책을 철회하고 지역에 관계없이 여러 유통업체들이 경쟁하도록 정책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중부지역에 MS독점 판권을 보유했던 소프트뱅크커머스와 영남지역에 판권을 보유한 디지털모아는 그간 자력으로 일군 고객사 중 일부를 빼앗길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MS의 지역판권제는 MS본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국만의 정책이다.
한국MS는 그간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어 여러 업체에 공급권을 제공할 경우 업체 난립으로 인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이 같은 정책을 고수해왔다.
한국MS가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꾸자 기존 총판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MS의 시장지배력이 낮은 시절 자사 비용까지 투자해 시장을 개척했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을’의 처지라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MS가 한국 내 MS윈도 도입률이 90%를 넘어섰고, MS오피스도 8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사실상 국내 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독점 공급권을 제공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판 업체 관계자는 “우리 고객사 중 일부가 이탈하겠지만, 다른 쪽 영업망을 확보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당장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커머스는 지난달 영남지사를 디지털 모아는 올해 초 서울 지사를 신설한 바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과거 지역에 독점 공급권을 허용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우리가 강제한 것이 아니라 해당 총판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