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IO칼럼-김용덕 CNM 실장

 지구 다른 편에서 잇따라 기록적인 폭우와 폭설이 이어지고 있다. 또 크고 작은 지진과 해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과 가족들을 한 순간에 잃기도 한다. 지구 종말 시계를 핵전쟁이 아닌 환경재앙에 근거하는 것으로 맞춰 본다면 우리에게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일까. 필자가 환경보호론자는 아니다. 단지 소중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이 땅이 후세들에게도 온전히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연유에서 지금 실행되고 있는 여러 노력들이 적절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작년 연말에 국내에서 창립된 그린CIO 포럼의 회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포럼 창립행사에서 ‘코펜하겐COP15 업데이트 텔레프레전스(Update TelePresence)’라는 세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또 이후 포럼 사무국에서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그린IT 관련 뉴스도 꾸준히 받아보게 됐다. 자주 접하다보니 일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IT에서의 그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린IT로 통칭되는 뉴그린라운드(New Green Round)에서 IT역할은 무엇인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왜 그것을 해야만 하는가 생각해 봤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필자는 그린IT의 기능 측면만 생각해 매우 제한적인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즉,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업무환경 구현, 가상화를 통한 서버 및 스토리지 통합으로 전력 사용량 감소, 전산센터 내의 친환경 및 저전력 소재 사용, 불용 기자재 폐기시 재 사용률 제고를 통한 환경오염 방지 등과 관련되는 사항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IT영역에 있어서의 그린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일반 제조업과 비교해 산업 속성상의 차이가 있을뿐 아니라 규모에 있어서도 매우 작은 영역이어서 단지 시류에 편승한 인위적이고 다소 과장된 개념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그린IT 개념을 1.0과 2.0으로 구분하여 그 전이 과정이 IT자체의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IT를 활용한 해당 비즈니스의 그린화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서비스 사례도 제시하였다. 그러나 제시된 각각의 서비스 개념과 구현 사례들이 그린의 개념과 관계 없이 기존의 법적 규제요건을 준수하거나 또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검토되고 추진된 사안들이어서 사실 필자의 입장에서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림 퍼즐이 조각조각 맞춰지며 그 실체가 드러나듯 문득 그린IT에 대한 본인의 이해와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이 알게 됐다. IT가 비즈니스 이네이블러(Enabler)로써 자리매김 한 이래 1차 산업에서부터 아바타와 아이폰으로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멀티미디어 산업에 이르기까지 IT가 내재화 되지 않은 생산이나 업무활동, 심지어 새로운 서비스 창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오류의 핵심은 패러다임 변화 요소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린IT는 의사결정 과정 상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비록 기업활동이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고는 있지만 IT투자를 포함한 조직의 모든 의사결정은 효율성, 생산성, 경쟁력 제고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업 이익의 극대화로 수렴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IT는 앞서 언급한 세가지 지표 상의 예측치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똑같이 전자문서관리나 화상회의, 원격근무, 가상화를 추진하더라도 그 배경과 목적이 효율성, 생산성,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고자 하는 것에 명확히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함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따로 구분될 수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이 차별화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난 제 15차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기존의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구체적 합의안 도출에 실패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공중시설을 이용할 때와 자기 소유시설을 이용할 때의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 지구는 우리 60억 인구가 함께 사용하는 공중시설임을 감안할 때 우리의 마음가짐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필자는 학창 시절 철의 탄성한계에 대해 배운 이후 지금까지 대인관계를 포함하여 삶의 많은 부분에서 그 개념을 거울 삼고있다. 강함의 상징인 철조차도 탄성한계점을 넘어가면 파손되어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우리 모두가 지구온난화가 탄성한계점 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실천이 필요한 때라 하겠다.

 김용덕 씨앤앰 정보전략실장 ydkim@cn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