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혁신을 위한 평가와 실험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은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영원한 화두다. 국내외 CIO설문조사에서 경영진이 CIO에게 요구하는 1순위 과제 자리를 몇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제 IT의 뒷받침 없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이 결코 쉽지 않다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이 발행하는 경영전문지 ‘MIT슬로언경영리뷰’는 최근 ‘IT가 혁신을 촉진하는 4가지 방식(The 4 Ways IT is Driving Innovation)’이라는 아티클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IT조직이 평가와 실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아티클은 평가, 실험, 공유, 복제를 IT가 혁신을 촉진하는 4가지 방식으로 꼽고 있다.

 평가란 고객, 비즈니스 프로세스, 제품 품질, 공급망의 결함 등을 측정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려면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아무리 좋은 ERP를 갖춰도 ERP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최근 BI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록 높아지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실험이란 IT를 이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을 뜻한다. 아마존의 ‘A-B 실험’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은 같은 웹페이지라도 방문자별로 다르게 표출하곤 한다. 페이지의 구성이나 내용이 다를 경우 사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좀 더 최적화된 웹 페이지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우 이런 실험을 매일 무려 200∼300건씩 한다. 이런 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평가 및 관찰에서는 얻기 힘든 인과관계 규명이 가능하다.

 세 번째는 공유다.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서 이제는 데이터 뿐만 아니라 통찰력을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예를 들어 시스코시스템즈에서는 임직원 중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1만명에 대한 기술지원을 직원 스스로가 한다. 위키 플랫폼을 이용해 활용법이나 문제해결법 등을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마지막 역할은 복제다. 앞서 말한 3가지 속성이 새로운 혁신을 찾고 공유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복제는 이미 일궈낸 혁신을널리 확산하는 데 필요하다. 표준화된 프로세스든, 훌륭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든 복제를 통해 혁신을 확산할 수 있다.

 이 4가지 요소 중 평가와 실험이 더 중요한 이유는, 한마디로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요소보다 실현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전사적인 노력과 일하는 방식과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평가와 실험을 통해 IT기반 경영혁신을 잘 수행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세계최대 카지노인 하라 엔터테인먼트(Harrah"s Entertainment)다. 평범한 카지노에 불과했던 하라 엔터테인먼트는 2000년대 초반 개리 러브맨이라는 걸출한 CEO가 부임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개리 러브맨이 하라 엔터테인먼트를 통째로 혁신하기 위해 제일 먼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회사의 방대한 데이터였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실험에 착수한다. 예를 들어 카지노 방문객들이 머무는 시간을 2일에서 3일로 늘린다든가 고객당 평균 베팅 금액을 5달러에서 25달러로 높이기 위해 할인 프로모션 및 쿠폰 제공 등의 이벤트를 시도하는 식이다. 여기에 남·여 서비스 직원들의 서비스 방식도 여러 차례 바꿨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하라 엔터테인먼트가 이런 모든 실험의 전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결과에 평가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하라 엔터테인먼트는 확연하게 다른 카지노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2000년대 중반 잇단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세계 최대 카지노로 부상했다.

 평가와 실험 문화가 하라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동시에 IT부서의 비즈니스 우선순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더불어 IT가 비즈니스 혁신의 동반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회사라는 점에서 부럽기도 하다. 경영진과 CIO들이 롤모델로 삼거나 벤치마킹해볼만한 이유다.

 박서기 CIO BIZ+ 편집장 겸 교육센터장 sk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