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IT, 지금은…] (하) IT를 남북협력의 매개로

[북한IT, 지금은…] (하) IT를 남북협력의 매개로

 오는 4월 평양과학기술대학이 문을 연다. 남쪽의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의 교육성 간 합의를 바탕으로 2001년 설립하기로 한 지 9년 만의 일이다.

 평양과기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산업경영, 농업과학 등 3개 분야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남과 북 모두 평양과기대에 대해 크게 기대한다. 남측은 평양과기대를 기반으로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북측은 최신 기술을 접하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평양과기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롤 모델인 옌볜과기대의 성과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알맞은 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중외 합작으로 1992년 세워진 옌볜과기대는 중국의 국제화와 개방화에 일조했다. 북한 정부가 최근 들어 IT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평양과기대에서 IT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교육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IT협력이 남북한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산업 협력이 이뤄지면 우리는 우수한 고급인력을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인도 같은 나라와 달리 언어소통이 자유롭다. 관세면제 효과가 있다는 것 또한 큰 매력이다. IT 분야는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데다 아웃소싱 모델로 국력을 키우고 싶어하는 북한 요구와도 일치한다.

 북한은 열악한 하드웨어 제조능력을 남한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고 판매 능력을 전수받을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는 남북 공동 SW협력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한 중소기업은 중국 단둥시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 북한과 합작해 R&D 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IT 분야의 협력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북한 내에 사업지를 선정하면,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해 시설투자비가 많이 들 수 있다. 국제 협약 등으로 인프라 반입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중국에 사업지를 둔다고 해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 중국 또한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사실상 중국 법인으로 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법·제도적인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의지가 있다고 해도, 이러한 불안감이 해소되기 전에는 투자가 진행되기 힘들다. 산업적 측면에서 남북 IT 협력을 위해 분쟁 및 비상상황에 대비한 법적 제도적 장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IT 현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연구 자료도 선행돼야 한다.

 NK지식인연대 측은 “여러 규제가 부분적으로나마 풀릴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 측 파트너들이 중앙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미래가치적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