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로봇의 장벽을 알아야 산업 방향이 나온다

[ET단상]로봇의 장벽을 알아야 산업 방향이 나온다

 김진오 광운대 로봇디자인연구소장

 

오늘날 기술의 발달에 의해 로봇은 거의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어린이가 만들 수 있는 로봇키트가 나오고 있다. 교육용, 가정용, 의료용, 군사용 등 다양한 로봇들이 하나씩 등장해 실용화되면서 곧 로봇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 같은 기대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로봇산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발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로봇산업이 갖는 감추어진 장벽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로봇산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로봇사업에서 첫번째 장벽은 로봇을 사람처럼 간주하는 ‘의인화’에 의해 만들어진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로봇에게도 쉬울 것이란 편견이다. 로봇은 나 같은 존재가 절대 아니다. 인간이 아닌 것들의 행동을 의인화하여 해석하는 것은 과학기술에서 위험한 금기행위인데 이는 인간의 선입견이 올바른 연구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로봇연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연구 대상인 로봇에 감정이입(Empathizing)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의인화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 같은 로봇, 그것은 우리 인간의 꿈이며 또한 로봇의 꿈이다. 당분간 로봇은 인간을 위해 작업도구이거나 인간과 작업을 연결하는 도구일 뿐이다.

두번째 장벽은 로봇에게 가능한 일을 명확히 구별해서 사양화(Specification)하는 것이다. 로봇개발의 성공은 명확한 작업 사양을 만들수 있을 때 가능하다. 작업사양을 만들 때 고객도 올바른 작업의 사양화를 하지 못하고 개발자도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령, 고령자를 돌보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로봇에 대한 연구에서는 누구도 명확한 작업 사양을 만들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로봇의 작업 대상이 되는 고령자와 아이들을 사양화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가 아직도 인간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세번째 장벽은 언제나 주역이 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다. 만일 친구 같은 로봇이 빨리 온다고 해도 나는 그 로봇을 이용할 생각은 없다. 왜냐면 로봇 친구보다는 인간 친구가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잠재적 라이벌로서 로봇이 어슬렁거리는 상황을 싫어하는 본성과 관련있다. 원하는 기능, 성능을 갖춘 친구 같은 로봇이 개발되어도 인간의 본성은 그것을 받아들이기 주저한다.

현재의 국가로봇개발전략은 이러한 장벽들을 고려하여 수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손에 잡히는 성과부터 우리는 차근차근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충분한 국가연구비는 고객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사용된다. 지나친 R&D지원은 잔소리하는 고객을 멀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객이 가혹하게 잔소리할수록 비례해서 성공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상업화 과정에서 변함없는 진리이다. 국가연구비는 고객과의 만남을 더 촉진시키는 도구로 이용될 때, 우리는 생각했던 속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언급된 장벽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언젠가는 극복될 것이다. 꿈을 갖고 노력하는 로봇인들이 많아지면 장벽은 하나씩 문을 열어줄 것이다.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꿈은 언젠가는 달성되는 것을 믿는다.

세월이 흘러 로봇과 인간의 차이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아마 인간은 지구를 로봇에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그때의 로봇은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한 로봇세상이 매우 천천히 오길 바란다. jinohkim@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