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한국’이 무색하게 국내에서 IT벤처투자 부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IT 벤처투자 규모는 미국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것으로 정부가 새롭게 추진 중인 한국IT펀드(KIF)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다.
◇추락하는 한국 IT벤처투자=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에서 정보통신(IT)분야 비중은 22.7%(1970억원)까지 하락했다. 전년도인 2008년의 29.1%에 비해 6.5%포인트나 내려간 것으로 IT벤처 버블이 제거된 후인 2005년(43.4%)과 비교해도 절반 가량 축소됐다. 특히 지난해는 제조업(31.0%)뿐만 아니라 문화(엔터테인먼트·24.3%) 분야보다도 투자가 부진했다.
미국 경우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한 바이오(생명공학) 투자가 급증했음에도 여전히 정보통신분야가 투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보통신은 전체의 37.1%인 65억6100만달러였으며 생명공학과 일반제조는 각각 34.8%와 18.2%였다. 우리나라에서 벤처투자의 4분의3을 차지하는 문화는 6.7%에 불과하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단기간에 투자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벤처캐피털업계 입장에서는 정보통신이 가장 맞는 분야”라며 “우리나라의 IT투자가 너무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IT벤처, 한국서 왜 외면받나=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 벤처투자 시장은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전적으로 정부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다. 과거 벤처 버블 이후 민간에서 벤처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서자, 정부가 1조원 모태펀드 등으로 민간 펀드 결성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 펀드가 정부 지원으로 결성되면서 정책적 목적을 띠고 그 과정에서 녹색·문화 등을 중점 지원하고 있는 것. 특히 문화부는 작년말까지 1조751억원이 조성된 모태펀드에 1700억원을 문화산업진흥기금에서 출연해, 문화 투자가 활발하다. 모태펀드 지원으로 결성되는 특수목적펀드는 50∼60% 이상을 정해진 분야에만 의무 투자해야 한다.
◇KIF, IT투자 붐 견인 기대=IT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업계도 KIF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동안 사라졌던 IT전문펀드가 다시 봇물처럼 쏟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정으로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영 한국통신사업자연압회 실장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에 투자운영위를 개최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바로 펀드 모집 공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연말 회수 예상분 3700억원에 추가로 13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5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인 가운데 올해는 1000억∼2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전례를 볼 때 이 자금을 바탕으로 민간 및 기관에서 추가 출연을 받아 1500억~3000억원의 IT전문 펀드가 결성돼 투자가 이뤄진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