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공급업체인 독일 엑시트론·미국 비코가 한국 발광다이오드(LED)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에 힘입어 한국 매출 비중이 무려 3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LED·LG이노텍 MOCVD 발주량을 사실상 싹쓸이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장비업체들은 제품을 만들고도 양산 장비 공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해 외산 기업 종속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LED의 최대 MOCVD 협력사인 독일 엑시트론은 최근 2009년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3억300만유로, 영업이익 6200만유로를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우리돈으로 약4662억원·954억원에 달하는 수치로 매출은 지난 2008년 대비 10.4%, 영업이익은 92.9%씩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장비업체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20%를 상회해 최대 MOCVD 공급사로서의 아성을 굳혔다. 지역별로는 한국에서의 매출이 1억1014만유로로 기업 전체 실적의 3분의 1을 돌파, 제1 고객으로 등극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 2008년 대만지역 매출이 1억3700만유로, 한국은 4008만유로에 그쳤다는 점에서 지난해 호실적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 주요 MOCVD 협력사인 미국 비코는 3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적자폭이 10분의 1로 급격히 감소하며 선방했다. 이 회사는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3억8000만달러, 영업적자 743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 2008년 대비 14% 감소했지만 영업적자도 89%나 줄어들어 이익률이 호전됐다. 비코 역시 매출의 26.6%를 한국 지역에서 창출했다. 지난 2008년 최대 고객은 대만으로 10.1%의 매출을 이 지역에서 올렸다. 당시 한국의 매출 기여도가 10%가 채 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확실한 효자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해외 MOCVD 업체들이 이처럼 급격한 실적향상을 경험한 것과 반대로 국산 MOCVD 업체들은 아직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미 장비 개발을 완료한 주성엔지니어링을 비롯, 최근에는 세메스·아이피에스·에이디피엔지니어링·에스에프에이 등도 연구개발에 착수하거나 시제품을 출시했다. 삼성LED는 지난해까지 약 70여대 안팎의 MOCVD를 도입했고, 올해만 100대 이상의 장비를 신규 설치할 예정이지만 양산라인에는 단 1대의 국산장비도 발주하지 않았다. 국산업체인 시스넥스가 연구개발용 장비 1대를 공급한 정도가 전부다. LG이노텍도 칩공정에 다량의 국산장비를 도입했지만 MOCVD 만큼은 엑시트론·비코에 100% 의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MOCVD 업체들의 양산장비 개발 시점이 늦은 탓도 있긴 하지만 LED 업체들이 외산장비를 지나치게 선호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향후 장비 공급처 다변화와 라인구축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도 국산 MOCVD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