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공기업을 잡아라.”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기술(IT) 공기업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IT서비스 업계의 인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가 매각하기로 한 공기업들은 물류와 하이패스 분야에서 민영화 시 촉망받은 블루오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을 인수하면 당장 매출 확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신성장 동력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은 인수 전담팀을 가동하는 등 인수에 사활을 걸 태세다.
15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도공은 자회사인 하이플러스카드 지분 100%를 연내 매각하기로 하고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했다. 도공은 이달 매각주간사, 하이플러스카드 등과 첫 회의를 갖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한다.
하이플러스카드는 선불 전자카드인 ‘하이패스플러스카드’를 자체 개발해 보급 중인 전자지불 및 정산업체다. 지난 2007년 설립돼 불과 2년밖에 안 됐지만, 향후 하이패스 보급확대와 교통카드 통합 등의 이슈로 ‘숨은 보석’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매출 260억원에 영업손실 17억원이었으나, 당기순이익은 20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1000억원에 달하는 선불 예치금을 활용한 금융 이자수입이 고스란히 영업 외 수입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이 기업의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LG CNS와 롯데정보통신이다. 이들 기업은 공식적으로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매각주간사와 접촉하는 등 사전 조사에 한창이다. LG CNS는 관계사인 한국스마트카드와 함께 향후 교통카드 통합 시장을 노린다는 포석이다. 롯데정보통신도 올해 광주 u페이먼트 사업을 수주한 여세를 몰아 교통카드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롯데는 하이플러스카드를 인수를 통해 그룹사가 보유 중인 유통망 결제시스템과 연동하는 방안까지 조심스럽게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삼성SDS 등 다른 대기업도 시장 조사에 나서는 등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하나같이 전담조직을 갖추고 인수전에 돌입하면서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60억원에 불과한 하이플러스카드 매각 대금이 10배인 600억원에 거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매각 실사작업을 끝내고 매각 공고를 앞둔 물류·항만 IT전문기업 케이엘넷도 ‘대어’로 꼽힌다. 시장에선 삼성 SDS, LG CNS, 현대유엔아이, 케이티넷 등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이 인수자로 거론됐다.
코스닥에 상장된 케이엘넷은 민영화 소식 이후 2900원대이던 주가가 5000원 안팎에 이를 정도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의 보유지분 24.68%(596만400주)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매각가가 30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대기업 IT서비스업체 한 임원은 “지난해 계열사 합병 등으로 조직을 재정비한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의 올해 최대의 관심사는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며 “유망 공기업 인수전 향방에 따라 향후 업계 판도도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인수전에 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대기업, 하이플러스카드·케이엘넷 인수에 사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매각 앞둔 IT 공기업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