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무선인터넷’이 6·2 지방선거의 핵심 정책공약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폭증하는 모바일 트래픽 수요에 대비하고, 유권자 누구나 정보기술(IT)의 혜택을 누리게 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이 공약에 특히 야당 후보자들이 적극적이다.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새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사업자 이해관계, 법·제도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엇갈렸다.
가장 먼저 깃발을 내 건 쪽은 진보신당이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노회찬 대표는 지난 12일 정책간담회를 갖고 “다수 인원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와이파이 라우터를 버스 7598대와 지하철 3508량에 설치하면 서울시민 누구나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손쉽게 쓸 수 있게 된다”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무상 무선인터넷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표의 구상은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 등 주요 교통수단에 모바일 라우터를, 버스 정류소·지하철 역사·관공서·공원·도서관·미술관 등 공공장소에 핫스폿 존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 통신사업자, 관련 기업 등이 협력해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역시, 노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을 경기도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무선인터넷 특구 공약을 마련 중이다. ‘뉴 민주당의 약속’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번 선거를 겨냥해 일자리·중소기업·환경에너지 등 주요 정책 전략을 내놓은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무선인터넷 이용 환경은 OECD 국가 중 꼴찌”라며 “와이파이를 보급해 서울시를 최강의 인터넷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IT분야 정책공약을 점검 중이다. 무선인터넷 특구가 가능한 지역 선별과 실현 방안을 찾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졌다. 정당 중 가장 먼저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모바일 정당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스마트 정당’의 이미지를 이어나갈 후속 전략을 모색 중이다. 권신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포퓰리즘 여부를 떠나 무선인터넷은 시대적 대세인만큼 당 차원에서 관심 깊게 지켜본다”며 “기존 통신사와 공생하면서도 콘텐츠 등 관련 산업의 육성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이어 “전면 무상 서비스보다 단계적이고 선별적인 방안이 효과적”이라며 “집권 여당으로서 더욱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는 각각 ‘혈세 낭비’와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통신사업자들은 3G와 와이브로는 물론이고 와이파이까지 결합해 수익을 거둬야 하는 상황이다. 최두환 KT 종합기술원장(사장)은 “세계적으로도 무상 인터넷 도시 프로젝트가 성공한 나라는 없다”며 “무상이라는 껍질 뒤에 국가와 공공기관이 떠맡는 설치·유지·보수에 따를 고비용 구조와 이에 따른 세금 낭비의 허점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이동통신서비스를 비용 투입에 대한 수익 도구로 생각하는 사업자와 산업 육성의 논리로만 바라보는 규제 당국을 설득하고 관련 법과 약관을 개정해야 하는 절차가 수반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elec@etnews.co.kr
6·2 전국동시지방선거 핵심 정책공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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