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볼 때 도시의 파워는 막강하다. 인구 수는 물론, 지역내 생산, 부동산 자산, 금융 자산, 지식 자산을 볼 때 도시 집중도는 대단하다. 당연하게도 도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비중도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는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를 메트로폴리스, 인구 1000만명 이상 도시를 메가시티, 그리고 이들 대도시들이 띠 모양으로 모여 이룬 지역을 메갈로폴리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메트로폴리스는 8군데나 되며, 메가시티는 서울 한군데, 메갈로폴리스로는 서울·경기와 부산·울산이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메가시티는 20군데에 이른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대도시 추세가 급진전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빗대 이제 세계는 신중세시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 중세시대에는 국가의 파워가 약한 대신, 도시의 파워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서로마제국이 몰락했던 서기 5세기 후반부터 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졌던 15세기까지를 중세시대(The Middle Ages 혹은 The Medieval Times)라고 부른다. 이 중에 1000년까지의 전반기는 전쟁과 역병으로 정치·경제·사회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던 반면, 1000년 이후부터는 지역간 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도시가 많이 생기게 된다. 특히 상업도시들의 연대인 한자동맹은 큰 역할을 한다. 이 때만 하더라도 국가의 파워는 약했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상업, 금융이 활발했던 도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보면 40개의 도시지역이 세계 경제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자본주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혁신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방대한 영토를 지닌 국가보다는 영토는 적지만 파워가 강력한 도시국가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2009년에 신중세론(Neo-Medievalism)을 발표한 바 있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체계적인 미래연구로 유명한 지멘스는 일찍이 2007년에 메가시티 리포트(Mega City Report)를 발표한 바 있다. 오마에 겐이치도 그의 저서 ‘넥스트 글로벌 스테이지(Next Global Stage)’에서 미래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지역국가’의 부상을 예견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대도시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여 가면 지방의 힘없는 중소도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인구와 경제력, 기술력, 돈을 모두 빼앗기면 중소도시는 그야말로 대도시와 종속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강소도시는 나름대로의 차별화 전략으로 독특한 컨셉트를 확실히 하여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문학·미술·공연·역사·휴양·여왕·슬로우·생태·몰링·정신·다문화·한방 같은 컨셉트일 수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신중세시대에 대비하여 우리나라 중소도시와 군들도 어떤 컨셉트를 취해야 할 지 정말 고민해야 할 때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 대표 mjkim89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