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무상급식 논쟁으로 뜨겁다. 야당은 이 공약으로 여당을 ‘애들 급식 예산이나 깎는’ 쩨쩨한 당으로 몰아부친다. 여당은 좌파적 대중영합주의라며 맞받아친다. 이런 이념 공세는 그릇됐지만 원론적으로 무상급식 대상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허투루 쓸 수 없는 정부 예산을 여유있는 집 자녀에게 쓰는 것은 조세 정의와도 맞지 않는다.
무상급식론자들도 이런 모순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 이를 주장하는 것은 취약계층 청소년이 느낄 수치심을 걱정해서다. 예민한 청소년이 괜한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걱정한다. 이런 이유만이라면 전면 무상급식을 달리 생각해봐야 한다. 해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받는 청소년이 제법 많다. 그런데 이들은 우리 아이들처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이 공짜 밥을 먹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호자만 알 뿐 당사자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일부 교직원이 우연히 알게 됐다 해도 엄격한 프라이버시 보호 규칙 때문에 남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신청도 학기 전에 하며, 자동으로 전산 입력된다. 대상 학생은 돈내고 먹는 다른 학생과 똑같이 배식대 앞의 단말기에 학생번호만 입력할 뿐이다. 여당이 이런 대안을 제시하면 좋으련만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이념 논쟁만 벌인다. 부자 감세를 주도하고, 4대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몇 푼 안 되는 결식아동 예산 전액을 삭감한 전과자(?)의 주장이 먹힐 리 없다.
방송가는 SBS의 남아공 월드컵 단독 중계로 시끄럽다. KBS와 MBC는 SBS가 공동중계 협상을 회피한다며 연일 비판한다. 국부 유출, ‘코리아풀’ 합의 파기 비판에 보편적 시청권까지 거론했다. 그런데 SBS가 이렇게 공격을 받을 일인가 싶다. SBS가 다른 방송사 몰래 중계 협상을 한 것도 아니다. 서울 시민만 보는 것도 아니다. 코리아풀 합의 파기 주장도 너무 나갔다. KBS, MBC가 먼저 위반한 전력을 젖혀놓더라도 자칫 담합 행위로 국제 송사를 부를 위험한 발언이다.
필자는 중계진만 놓고 보면 SBS가 아닌 방송사를 통해 월드컵을 보고 싶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세 채널 모두 한국팀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전파 낭비이며, 이것이야 말로 시청권 제약이다. 동계올림픽 선수단 환영행사 중계 때처럼 말이다.
정부 개입도 볼상 사납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5일 3사 사장단을 불러 간담회를 가졌다. 17일엔 전체회의도 열었다. 방송 현안이라는 판단이겠지만 전체회의까지 열 사안인지 의문이다. 방송계 자율로 풀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청와대의 한 인사가 SBS 단독중계로 국정 홍보 효과가 반감됐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이런 시각이 방통위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무상급식이든, 월드컵 단독중계든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대안을 마련할 만한 사안들이다. 대안 제시와 토론보다 이념 논쟁과 일방적 비난만 난무하니 알맹이는 간 데 없고 껍데기만 남는다. 2010년 봄, 우리 사회 또하나의 우울한 단면이다.
신화수 취재담당 부국장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