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200억원대 국가 슈퍼컴퓨터가 기술적인 문제로 성능 검증이 지연돼 수개월째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스템 구축을 끝내고 올 초 서비스에 들어가야 했지만 테스트가 끝나지 않아 서둘러도 4∼5월이 돼야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지연에 따른 책임을 놓고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17일 KISTI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KISTI 슈퍼컴 4호기의 핵심시스템인 초병렬컴퓨팅(MPP) 2차 시스템이 올 초 기술적인 문제를 겪으면서 서비스 개시 일정이 지연됐다.
KISTI는 지난 2007년 슈퍼컴 4호기 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MPP 시스템을 1, 2차로 나눠 구축했다. 24테라플롭스급(1테라플롭스는 초당 약 1조회 연산처리) 1차 시스템은 2008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 문제가 된 것은 전체 사업의 핵심인프라인 300테라플롭스급 2차 시스템이다.
MPP 2차 시스템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세계 500대 슈퍼컴리스트 14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으나 아직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지난해 10∼11월 장비 반입이 이뤄지고 구축작업도 사실상 마무리됐으나 올 초 성능 검증 과정에서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하는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따라 본래 활용목적인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등을 위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KISTI 관계자는 “시스템 환경과 맞지 않는 부품이 일부 탑재된 것으로 확인돼 해당 조치를 취했다”며 “이 과정에서 검증 작업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KISTI는 일단 성능 검증을 재개했으며 추가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1∼2주 후에는 한 달여 일정으로 안정성 테스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기존 1차 시스템이 최종 구축 이후 두 달여의 무료 서비스와 안정화 기간을 가졌던 것을 감안하면 2차 시스템의 공식서비스는 6월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ISTI 관계자는 “올 초 발생했던 문제는 해결된 상황”이라며 “나머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상반기에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MPP 2차 시스템 사업은 운영비용을 포함해 약 2000만달러 예산 규모로 진행됐다. 해당 시스템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공급했으나 공급사의 과실 여부는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