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차만 빠른 게 아니라 국내 출시도 빠르다. 작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X1이 올해 2월에 우리나라에서 출시됐다. 신형 5시리즈의 출시도 독일과의 시차가 한 달 남짓이다. 차 잘 팔리는 집의 자신감이랄까? 어쨌든 해외 메이커의 신차가 뜸들이지 않고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X1은 BMW의 SAV(스포츠 액티비티 비클) 라인업 중 젊은 층을 위한 엔트리급 모델이다. X1이 속한 클래스는 수요가 커지는 추세이고 많은 메이커들이 신차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BMW에게 있어 X1은 다른 메이커에 뺏길 수 있는 고객을 지킬 수 있고 전체 볼륨도 늘린다는 의미가 있다.
국내에는 우선 20d와 23d가 들어왔고 차후 18d가 추가될 예정이다. 세 모델은 배기량이 모두 2000cc로 같다. 차명의 숫자를 보고 배기량을 알 수 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하나의 엔진으로 출력을 세분화하는 것도 요즘 유행이다. 시승차는 177마력을 내는 20d로, 6단 자동변속기와 네 바퀴 굴림 방식을 채용했다. 사이즈를 보면 전장에 비해 휠베이스가 길고 전폭은 좁으며 전고는 매우 낮다. 특히 지붕 높이는 껑충한 승용차와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차체 사이즈를 봐도 전적으로 운동 성능을 위한 설정이다. 스타일링은 전형적인 BMW SAV의 모습이다. 기존 SAV의 디자인 요소를 적절히 섞었고 겉에서 본다면 엔트리급 모델이라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실내 소재는 윗급인 X3에 못 미친다. 시동은 키를 꽂은 뒤 버튼을 눌러 걸어야 하고 시트 조절은 수동이며 선루프도 요즘 유행하는 파노라마 루프보다 작다. 그래도 아이드라이브는 있다. 아이드라이브가 없으면 BMW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기본 사양인 장비인 셈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작은 수납함과 AUX, USB 단자가 위치해 있다. USB를 빼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다. 시트를 가장 낮게 하면 거의 승용차에 가까운 포지션이 나온다. 2열은 성인이 앉을만하지만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다. 2열 시트의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2열 시트는 분할 폴딩 되고 트렁크와 완전히 편평하게 이어진다.
싱글터보인 20d는 트윈터보인 23d에 비해 출력이 27마력 낮지만 최대토크가 시작되는 시점이 더 빠르다. 177마력은 X1에 부족하지 않다. 처음부터 시원스럽게 뻗어나가고 속도가 높아져도 이런 느낌이 유지된다. 방음이 충분치 않아 엔진음이 유입되지만 음색이 좋아 거슬리지 않는다. 저회전에서 고회전까지 빠르고 매끄럽게 회전하는 엔진은 동급 최고라 할만하다.
기어비도 엔진 힘에 자신이 있는 설정이다. 달리기에 중점을 둔 성격임을 감안하면 23d에는 있는 시프트 패들이 없는 점이 아쉽다.
엔진음 외에 노면소음도 있지만 X1은 주행 성능의 완성도로 어필한다. 고속 주행 시에도 노면에 달라붙는 느낌이 그만이다. 잠시 잊고 있었던 BMW의 핸들링 실력을 X1에서 만끽했다. BMW 유압식의 스티어링은 바로 이런 맛이었다. 아주 착착 감긴다. 때문에 코너링에서도 재미가 좋다. BMW가 표방하는 SAV는 바로 X1을 위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X1은 BMW치고는 떨어지는 실내 소재와 일부 사양이 흠이지만 달리는데 필요한 부분은 타협하지 않았다. 20d의 177마력 엔진은 최신형이 아니지만 모자람을 느낄 수 없다. 이게 부족하면 204마력의 23d로 가야 한다. 23d가 사양도 훨씬 좋긴 하다. 20d의 가격은 5180만원, 23d의 가격은 6160만원이다.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