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금융사와 통신사가 합작해 설립한 하나SK카드가 지난해 11월 2일 공식 출범했다. 당시 언론과 시장에서는 금융과 통신, 그리고 유통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카드 시장이 열릴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직은 어느 누구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기에 하나SK카드의 도전에 대해 일부에서는 ‘모험’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출범한 하나SK카드가 이달로 5개월째를 맞이하고 있다. 카드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하나SK카드의 도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17일 이강태 하나SK카드 대표는 CIO BIZ+ 가진 인터뷰를 통해 하나SK카드의 차별화 전략을 비롯한 경영전략을 밝혔다. 이 대표는 “하나SK카드의 차별화 전략은 기존 카드사와 경쟁하는 차별화 전략이 아닌, 그동안 어느 누구도 가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통신을 기반으로 금융과 유통을 접목한 신개념 카드 서비스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하나SK카드에게 SK텔레콤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SK텔레콤의 마케팅 능력과 모바일 지불결제 기술은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휴대전화 기반의 원카드 출시 예정=하나SK카드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에서 출발한다. 우선 첫째는 국내 카드시장이 포화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현재 신용카드를 보유할 수 있는 성인 1명 당 평균 4.1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고민은 가장 늦게 출발한 후발 카드사라는 것이다. 기존에 하나은행 사업부로서 카드 사업을 해왔지만, 다른 전업계 카드사나 대형은행의 카드사처럼 활발하지는 못했다. 현재 하나SK카드는 카드업계 9위다. 결국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고 그 방안이 통신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이 대표는 ‘인천상륙작전’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기존의 카드사와 동일하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도저히 카드업계 선두자리로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짧은 기간 내 선두자리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SK텔레콤의 통신판매에 신용카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접목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2400만에 이르는 SK텔레콤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발급이 안되는 SK텔레콤 청소년 고객 대상으로 체크카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그리고 기존처럼 이용자에게 다양하기만 할뿐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니 차라리 하나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용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는 “향후 포인트 적립카드를 포함해 현재 갖고 다니는 여러 장의 카드를 단 하나의 카드에 모두 담을 수 있는 ‘원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이 ‘원카드’는 기존 카드가 아닌 휴대전화에 탑재돼 사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휴대전화 하나만 갖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든 모든 카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휴대전화에 탑재된 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해 모바일 카드 소지자가 원할 경우 주변의 상점에서 제공되는 각종 쿠폰 등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받을 수도 있다. 또 카드발급도 휴대전화 상에서 내려받기를 통해 신청하고 발급 받을 수 있다. 각종 기념일에 대한 서비스도 과거 단문메시지(SMS)나 우편으로 이뤄지던 것이 모바일 상으로 이용자가 즉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신개념 모바일 카드는 카드사와 이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과거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변화시켜 줄 것”이라며 “이는 이용자들이 제공 받는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의 리스크관리와 SK텔레콤의 마케팅 조화=하나SK카드는 하나은행의 효율적인 리스크관리와 SK텔레콤의 강력한 마케팅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하나SK카드에 SK텔레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이미 조직상에서도 SK텔레콤에서 부사장급과 상무급 임원이 하나SK카드로 이동한 상태다.
이 대표는 “마케팅 부분은 SK텔레콤이 강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의 인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IT영역에 있어서도 SK텔레콤의 모바일 지불결제 기술이나 싸이월드, 티월드, 캐시백 등의 웹 운영 기술 등은 하나SK카드가 많이 의존하게 될 부분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고객 DB도 하나SK카드로서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 고객 DB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 고객들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관련 법규상 두 회사의 DB시스템을 연동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협력 형태는 주로 SK텔레콤과 공동으로 판매촉진 활동을 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입장에서도 하나SK카드를 통해 얻는 것이 있다. 기존의 포화된 국내 휴대전화 서비스 공급망을 하나SK카드를 통해 새롭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대표는 유통 분야를 접목하는 것은 우선 대형 할인점보다는 편의점이나 베스킨라베스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점포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혜권 성현희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