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북·미 과학기술교류협력의 시사점](https://img.etnews.com/photonews/1003/201003180303_18053425_582336715_l.jpg)
2010년 2월 18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제176차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차 대회가 열렸다. 세계 각국에서 4000명 이상의 과학자·공학자·교육자·정책입안자·정치인 등이 참석했다. 북측 유엔대표부 몇 명도 참가했다. 개회식에서 아그리(Agre) AAAS 회장은 진정한 과학의 의의는 인류사회 복지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2003년 화학노벨상 수상자인 그는 세계 저개발지역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발표한 그의 기조연설은 감동적이며 흥미진진했다. 특히 북한 국가과학원에서 과학원 소속 남녀 과학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평양과학기술대학 본관 앞에서 북한 과학원 학자들고 찍은 사진 등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두 나라 과학자들이지만 오래된 친구 같이 다정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는 청중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특히 아그리 회장 등 북·미 과학교류 컨소시엄 소속 기관 저명한 과학자 6명이 작년 12월 평양에 갔을 때 평양과학기술대학 방문을 주선한 필자로서는 더욱 감회가 깊었다. 앞서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AAAS 연차 대회 때도 북한에 대해 여러 발표가 있었다. 북한 과학기술에 대한 기사를 사이이언스 잡지에 수 차례 게재한 스톤 북경주재 AAAS 기자를 비롯해 북한 대체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노틸러스 연구소의 헤이스 소장, 북한 평양정보센터(PIC)와 2001년부터 공동연구를 하고 평양과기대 설립을 돕고 있는 필자, 그리고 북한 김책공대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 시러큐스 대학의 도슨 교수 등 4명의 발표가 있었고, 100여 명의 청중은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의 정보화사회 구현’이라는 제목으로 필자는 △북한 IT 현황 △남북 IT 교류협력 사례 △북한 IT 인력육성 및 2006년 4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과학기술학술대회에 관해 발표했으며, 특히 IT를 통한 남북 화해 증진과 공동번영에 역점을 둬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 심포지엄을 계기로 2007년 5월에 AAAS·민간연구개발재단(CRDF)·시러큐스 대학·뉴욕 소재 코리아 소사이어티(TKS) 등 4개 기관이 북·미 과학교류 컨소시엄 (US-DPRK Scientific Engagement Consortium)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2008년과 2009년에 보스턴과 시카고에서 열린 AAAS 연차회의에서 북·미 과학기술협력 방안에 대해 패널토의를 가졌으며, 대표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정치에는 국경이 있지만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이 있다. 미국과 구 소련은 냉전 중에도 상대국 연구실에서 일 했으며, 서독과 동독은 통일되기 전 과학기술분야에서 많은 교류 협력을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북미 관계가 좋지 않았던 부시 정권 시절인 2001년에도 포틀랜드주립대학은 북한 학자들을 초빙해 IT 등 첨단기술 관련 시장경제 훈련을 시켰으며, 시러큐스대학 도슨 교수는 2001년부터 김책공대와 IT분야 공동연구를 하고 김책공대의 전자도서관 설립을 도와주었다. 김책공대의 정보센터 신태성 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IT 분야 연구팀이 여덟번이나 시러큐스 대학에 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넘게 체류하면서 학습과 연구에 몰두했다. 또 지난 수년간 북한 IT 전문가를 북경에 초청해 IT 관련 영어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도 이같이 북한과 과학기술 교류에 열성인 이때, 남북 과학기술교류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고 정부도 적극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parkcm@nrf.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