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over Story- "CIO 핵심 역량은 인적 내트워크 구축"

 이강태 하나SK카드 대표는 많은 최고정보책임자(CIO)가 롤모델로 삼는 인물이다. CIO 직제가 막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CIO를 시작한 1세대인 데다 무려 15년 동안 CIO를 역임하며 국내 최장수 CIO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테스코 시절에는 한국법인 CIO에서 시작해 아시아지역 IT업무를 총괄하는 자리까지 올라갔다. CIO로서 사실상 ‘최고’의 자리까지 경험했던 그가 이제는 국내 대형 카드사의 CEO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 대표는 옛 LG유통(현 GS리테일)과 삼성테스코에서 CIO로 근무하던 시절 IT조직은 현업보다 비즈니스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자주 강조했다. 그래야만 IT부서가 현업 사용자는 물론이고 경영진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그가 CEO가 된 지금 IT조직에 거는 기대는 여느 CEO와 어떻게 다를까. 하나SK카드의 IT전략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CEO가 IT부문에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다소 머뭇거렸지만 IT조직에 대한 충고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기업의 IT는 반드시 비즈니스와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IT조직의 직원들은 오히려 현업보다 더 현업 업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이 대표는 삼성테스코 근무 시절 세븐일레븐재팬을 벤치마킹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세븐일레븐재팬의 정보화가 앞서 있다고 해서 벤치마킹을 갔는데 IT부서 입구에 ‘현업보다 더 잘 아는 현업 전문가가 되자’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정보화를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CIO의 몫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를 위해 CIO는 CEO와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CIO들에게 철저한 프로젝트, 조직, 예산 등의 관리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CEO의 신뢰를 얻으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삼성테스코 CIO 시절 IT조직은 현업보다 비즈니스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자주 역설했는데, CEO가 된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CIO 출신이라 IT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조심스럽다. 그러나 IT조직에 대해 충고를 한다면, IT를 경영의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현업이나 경영진이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CEO들은 IT조직을 불신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CEO들은 아웃소싱을 선택하게 된다. 내부 IT조직을 못 믿으니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게 되는 것이다. 아웃소싱은 실제로 전략적인 배경에 의해서라기보다 경영진과 IT조직의 단절로 인해 선택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는 IT를 기반으로 더 이상 회사를 차별화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 IT조직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우선 IT는 현업과 잘 협업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 한다. IT조직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많은 경우 자신들이 전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업 사람과 뭔가 다르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한다. 이게 차별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과거 삼성테스코 시절 세븐일레븐재팬에 벤치마킹을 간 적이 있다. 세븐일레븐재팬 IT조직의 캐치프레이즈가 ‘현업보다 더 잘 아는 현업 전문가가 되자’였다. 심지어 IT조직의 팀장을 현업에서 데려온다. IT조직이 현업보다 현업을 더 잘 알면 경영진이 아웃소싱을 선택하지 않는다.

 -주로 어떤 영역에서 IT조직이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가.

 ▲많은 경우가 있지만 프로젝트 관리가 잘 안 될 때다. IT조직의 문제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T서비스업체의 프로젝트관리자(PM)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 IT서비스업체는 담당 PM을 해당 업계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고 데려와 맡게 한다. 예를 들어 카드사 프로젝트의 경우 카드업계에서 몇십년 근무한 사람을 영입해 PM을 맡기는 식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해당 업무는 잘 알지 모르지만, 수천명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를 조율해 본 경험이 없어 프로젝트 관리를 잘 하기는 힘들다. 이로 인해 비효율적인 프로젝트를 하게 되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되는 것이다.

 -CIO가 CEO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비법을 조언해 준다면.

 ▲CIO와 CEO의 관계도 결국 사람 관계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그 다음이 편하다. 예를 들어 학교 다닐때 공부 잘하는 학생이 졸면 어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서 피곤한가 보다 하고 잠을 깨우지 않는다. 그러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졸면 혼을 낸다. 결국 처음 CEO와 어떻게 첫 단추를 끼웠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CIO가 CEO와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서는 가능한 영입 제의를 받고 그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CIO로서 근무하면서 예산·프로젝트·직원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자기계발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본인의 평판을 높여야 한다.

 -CIO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 비즈니스 지식이냐, IT기술이냐라는 논란이 여전하다.

 ▲CIO가 비즈니스를 안다고 해서 기업의 모든 비즈니스를 알 수가 없고, IT를 안다고 해서 모든 IT를 알 수도 없다. CIO가 진정으로 잘 알아야 할 것은 비즈니스도, IT도 아닌 바로 인간이다. 따라서 CIO는 비즈니스를 누가 가장 잘 알고, IT기술을 누가 가장 잘 아는지 알아야 한다. 즉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전문적인 지식도 쌓이게 된다.

 -하나SK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로서 IT 계열사인 하나INS로부터 IT 지원을 받게 돼 있다. 향후 하나INS와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당연히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로서 하나INS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여건이 안되는 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당연히 하나INS가 맡게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LG그룹 계열사에 있을 때도 LG CNS가 무조건 프로젝트를 맡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같은 계열사라도 무엇인가 잇점을 줘야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다는 것이 당시 나의 신조였다. 삼성그룹에서 LG CNS가 일할 수 있고, LG그룹에서 삼성SDS가 일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IT서비스산업이 성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 단순히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협업을 한다면 이는 서로에게 피해만 주는 것이다. 이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하나INS가 어느 정도 노력을 해줘야 한다.

 -유통회사 경험은 많지만 금융회사 경험은 전무한데. 카드회사 CEO로서 어떤 각오인지.

 ▲하나SK카드에 오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유통과 카드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물어본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카드와 유통업의 속성은 비슷하다. 카드업이나 유통업 모두 가장 큰 고민이 △고객이 누군지 △상품은 뭘 원하는지 △마케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툴은 무엇인지 △가격은 적절한지 △피드백은 어떠한지 등이다. 지난해 김승유 회장이 내게 하나SK카드 대표를 제의했던 것도 유통회사에서 고객관계관리(CRM)나 상품 개발 등에 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고객을 정교하게 세분화해 이에 맞는 마케팅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유통업에서 배웠다. 이는 카드업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것이다.

 -오는 25일 CIO BIZ+가 주최하는 ‘CIO 서밋 2010’에서 기조연설을 하시는데, 핵심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주제가 ‘뉴 노멀 시대, CEO는 이런 CIO를 원한다’이다. 강연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첫 번째는 IT가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하려 한다. 두 번째는 IT 프로젝트 운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세 번째는 IT를 통한 차별화와 경쟁력 강화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얘기하려고 한다. 이 세 가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잘 하는 것이 IT를 잘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신혜권·성현희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