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도 넘어지곤 한다. 하지만 곧 다시 일어난다. 비전을 갖고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땄다. 우리나라도 위기를 겪은 뒤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은 아주 밝다.” 김연아 동영상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도 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뉴욕 포시즌스호텔에서 투자설명회(IR)를 갖고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아름답고 재능있는 여성의 동영상을 먼저 보자”며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연기 장면을 틀었다.
월 스트리트의 유수한 투자은행과 증권사, 연.기금 관계자 등 120명이 넘는 현지 참석자들의 시선은 매혹적인 김 선수의 연기장면에 일시에 빨려 들어갔다. 허 차관은 “우리나라와 김연아 선수의 공통점이 둘 있다”며 이 동영상을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하나는 행운을 믿지 않고 비전을 갖고 노력한다는 것. 그러면 결과는 반드시 좋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97년 아시아 경제위기 때 한차례 어려움을 겪었고 이번에 또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함께 경험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신속히 대응, 지금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책임을 다한다는 것. 김연아 선수는 세계챔피언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큰 부담을 느꼈지만 당당히 연기했고,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이 되면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자신감 있게 책임을 다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려 한다”고 허 차관은 밝혔다.
허 차관은 우리나라가 더이상 언더독(Underdog.약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른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V’자 회복의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고 주가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의 위상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고유의 민족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에 350만명이 참여해 170t을 모은 사실, 2002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응원, 태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당시 회복기간을 단축시킨 자원봉사자의 노력 등을 예시했다.
허 차관은 “김연아 선수도 엉덩방아를 찧고 실수도 하지만 곧 일어나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오뚝이처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졌다.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이맘때 우리는 뉴욕에 와서 한국의 전망이 밝으니 투자하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 “가계부채는 고소득층이 주로 부담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부실 우려는 기우”라고 설명했다.
허 차관은 또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극복할 과제로 잠재성장률 하락, 높은 대외의존도, 고용창출력 약화 등을 꼽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성장동력과 구조개혁 등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노사관계의 긍정적 변화도 소개했다.
질의응답 등에서 투자자들은 G20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목표와 한국이 주장하는 금융안전망 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허 차관의 설명이 끝나자 IR 주관사인 메릴린치의 사회자는 “금메달감 브리핑”이라고 치켜세웠다.
허 차관은 이날 IR를 전후해 레이먼드 맥 다니엘 무디스 총괄사장과 데븐 샤르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총괄사장을 각각 면담하고 “외환위기 전보다 지금의 펀더멘털이 건전한데도 신용등급이 오히려 낮은 것은 모순”이라며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부각하고 외화차입 의존도, 가계부채, 노사관계, 통일비용 등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