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넥슨이 부산에 게임 개발 전문 스튜디오를 가동하는 것을 앞두고 영세한 지역 게임업계가 실리를 둘러싼 ‘독-약 논쟁’에 휩싸였다.
21일 부산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부산 스튜디오 설립 발표 이후 서울에서 ‘이제 부산은 넥슨이 싹쓸이하게 됐다’거나 ‘부산 지역 게임 개발은 넥슨을 정점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는 것. 이런 소문이 전해지면서 지역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넥슨의 부산 스튜디오 설립이 지역 업계에 ‘득이냐 실이냐’라는 논쟁에 불이 붙으며 ‘독-약 논쟁’으로 비화됐다.
부산 지역 게임개발사 P사장은 “시와 게임 지원기관은 넥슨의 부산 스튜디오 설립이 투자 유치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하지만, 지역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애써 확보한 인력이 빠져나가거나 신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까 우려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마치 유통시장에서 지역 소상인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관계에 비유되기도 한다”며 “개발 자체를 넥슨에만 의존하는 단순 하청이나 더 열악한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냥 좋은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같이 부산 지역 게임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인력 유출이다. 급여는 물론이고 복지 측면에서 비교가 안되게 높은 데다, 글로벌 게임사에서 경력까지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넥슨으로의 인력 집중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몇몇 지역 게임업계 사장의 견해다.
그러나 인력 문제는 사소한 것일 뿐 중장기적으로 개발 벤치마킹부터 협력에 이르기까지 득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상당수다.
이창우 부산게임미디어협회 회장은 “수도권의 대형 게임사가 부산에 오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고 필요하다”며 “대립보다는 넥슨과의 대화와 협력 속에서 해법을 찾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려는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점을 확대해 함께 윈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게임미디어협회 측은 이번 주 안에 임시회의를 열어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리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 게임 개발 스튜디오 설립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환 넥슨 사업지원실 팀장은 “현재 지역 게임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뽑지 않고 있고, 지역 게임사와 공동 프로젝트 등 다방면의 협조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는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넥슨 부산 스튜디오는 스마트폰용 게임과 플래시게임 개발을 시작으로 다음달 본격적인 스튜디오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