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기로 돼 있는 IT 공공기관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과는 별개로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 방침은 확고하다며 이전 계획 마련을 독려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힘있게 추진하기에는 여전히 대내외적인 여건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시각이다.
22일 국토해양부·지역발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전 대상 IT 공공기관 대부분이 세부 이전 계획에 대한 협의 및 수정·보완 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이전 계획을 제출하지 않은 한국전파진흥원도 최근 세부 계획을 마련,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기관 통합을 내세워 추진을 미뤄오던 한국인터넷진흥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콘텐츠진흥원 등도 정부가 통합기관의 이전 지역을 확정함에 따라 매입 용지를 늘리는 등 기존 계획의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해양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관계자는 “이전 대상 기관들의 세부 추진 계획과 진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한다”면서 “통합 기관들도 2012년 말까지 이전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을 받아든 IT 공공기관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체적인 밑그림도 그려져 있지도 않고 재원도 없는 상황에서 등만 떠민다고 되겠냐는 불만의 목소리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합의 분위기가 있어야 되는데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책임있게 지시하는 사람이 없다”며 “세종시가 물 건너가면 혁신도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로 다 아는 상황이니 누가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겠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규 채용을 위해 면접을 볼 때면 이전 시기에 관한 질문이 꼭 나온다. 정부 방침은 2012년 말인데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할 수도 없으며, 좋은 인재들만 놓치는 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합기관 관계자는 “기관이 통합됐으니 용지를 늘린 이전 계획을 내놓으라는데 예산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이전 준비를 진행하지만 2012년 말까지 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혁신도시 이전은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양보할 수 없는 카드라는 태도다. 세종시가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면서 지역 민심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또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 역시 혁신도시는 표심과 연계돼 여야를 막론하고 예정대로 추진하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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