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찾은 후 명세표 출력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화면에 뜨자 습관적으로 ‘예’ 버튼을 누른다. A씨는 늘 그렇듯이 출력된 명세표를 한번 훑어보고는 곧바로 휴지통에 버린다.
ATM업계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명세표 용지의 가치는 전국적으로 매일 수천만원에 달한다. 전국에 설치된 ATM 5만여대가 평균 2∼3일에 한 번꼴로 2500∼3500원짜리 명세표 롤페이퍼를 교체하는 것을 감안한 규모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ATM 거래 시 ‘e명세표(e-Reciept)’을 발급하는 서비스가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웰스파고은행은 최근 친환경 서비스 구현을 위해 e명세표 기능을 도입했다.
ATM 사용자가 원하는 경우 사용자의 e메일 계정으로 거래내역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물론 사용자가 필요로 하면 즉석에서 종이 명세표를 출력할 수 있고, 아예 어떤 형태의 명세표도 받지 않을 수 있다. 마땅히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습관적으로 명세표를 출력하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인 셈이다.
한국에서도 ATM업계 차원에서 검토된 적은 있지만 아직 특별한 수요가 없어 현실화되진 않은 상황이다. ATM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구현에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은행이 특별히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각 은행이 고객서비스 차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e명세표를 사용하면 1회용으로 발급되는 용지를 줄여 친환경 효과를 얻을 수 있고, ATM 거래내역 만을 별도로 온라인상에서 저장해 사용자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