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전기차 한 대가 불 탔지만, 얻은 게 더 많았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시 강일 나들목에서 시험운행 도중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30일 본격적인 전기차 도로 주행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고 당사자인 레오모터스는 의외로 차분하다.
예상치 못한 합선사고로 약 30분간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지만 전기차의 아킬레스건인 리튬이온 전지팩은 화염속에서도 폭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속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효과적이지만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폭발 위험이 있다. 작은 휴대폰 전지가 터져도 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화재, 충돌시 전지팩의 안전성 확보는 전기차 상용화에 가장 중요한 기술적 선결과제다.
화재가 일어난 레오모터스의 전기SUV(모델명 S-65)는 최고시속 130㎞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고속전기차 모델이다. 당시 차량은 리튬이온 전지팩을 탑재한 뒷부분이 반소되면서 내부온도가 수백도까지 치솟았다. 미쓰비시, 닛산 등 완성차업체들이 순수 전기차 상용화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실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S-65에 탑재된 국산 리튬이온 전지팩은 소방차가 달려와서 불을 끄는 반시간 동안 터지지 않았다. 일반 자동차에 화재가 났는데 가솔린이 든 연료탱크가 폭발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아까운 전지팩은 불길에 녹아서 못쓰게 됐지만 화재상황에서 전기차의 안전성 테스트는 통과한 셈이다.
K사가 납품한 S-65의 리튬이온 전지팩은 내부 전해물질이 액체가 아닌 젤 타입이고 2중 안전장치를 적용해 국내 대기업 전지팩보다 안전성이 더 낫다고 레오모터스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번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차량개발을 위한 잦은 부품교체 과정에서 전지팩과 모터를 잇는 전기배선의 연결부가 헐거워져 합선을 유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레오모터스는 향후 전기차의 내부배선을 기존 볼트 체결방식이 아니라 안전성이 개선된 특수 커넥터로 바꿔서 양산차량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레오모터스와 LS전선이 공동개발 중인 전기차 전용 커넥터는 방수 및 내진설계와 고전압에도 견디는 피복소재가 적용된다. 회사측은 직원의 초기대응 미숙으로 인해 소화기로 차량화재를 끄지 못한 상황이 아쉽지만 전기차 성능개선과 테스트 측면에서 손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정용 레오모터스 대표는 “완성차업체 처럼 자체 시험트랙을 못갖춘 중소기업은 실제 도로주행을 통해 차량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부담은 있지만 고객 안전을 위한 전기차 극한테스트는 계속 시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