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내달 중순께 전기차용 보험 상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시험용 전기차를 제외하고는 보험상품이 나와 있지 않다. 이번에 전기차 보험 문제가 해결되면 전기차가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은 갖춰지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도로에서 전기차가 오가는 모습을 보려면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이달 30일부터 60km 이하 지정 도로에서 전기차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기차 운행도로를 지정한 지자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정부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지자체들이 전기차 도로 지정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자체에서 달릴 수 있는 도로를 정해 줘야 보험상품 윤곽도 나온다.
실제로 전기차는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제한된 데다, 배기량으로 차종을 구분할 수 없는 등 기존 차와 다른 점이 많아 보험요율 등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가 전기차 운행도로를 너무 제한적으로 지정하거나 명확히 표시하지 않으면 법규 위반으로 과태료를 내는 운전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자체의 운행구역 지정과 필수 가입 상품인 자동차 보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전기차의 도로 주행은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최근에 와서야 금융당국에 전기차 보험 상품 개발 협조를 요청했다. 보험개발원도 전기차 자동차보험 요율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기차 보험 상품의 출시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정비가 미진한 상태에서 전기차 운행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친환경산업인 전기차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실천 없이 구호만으로 실현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