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SPAC)의 경영진은 자기 회사 주가가 오르는데도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걱정을 하고 있다. 왜일까?
스팩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스팩의 목적인 기업 인수합병(M&A)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동시에 추격매매에 나서 ’상투’를 잡은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스팩은 다른 주식과 달리 공모금액에 비해 스팩의 시가총액이 지나치게 커지면 향수 스팩과 합병할 기업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주가 급등으로 스팩의 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지면 피인수대상 기업이 합병비율 산정 시 불리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되면 스팩의 목적인 M&A 자체가 무산될 수 있고, 결국 M&A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스팩 제도도 제대로 뿌리내리기 어려워진다. 특히 스팩이 M&A에 실패하면 청산절차를 밟게 되는데, 이 경우 공모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쪽박을 찰 수 있다.
모 스팩 경영진은 “현 시점에서 스팩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투기성 매매와 스팩의 특성을 잘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 이상급등에 스팩 경영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투자자들은 냉정해져야 하고,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 당국도 묻지마식 스팩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스팩 경영진도 “스팩 주가는 M&A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공모가 수준에 머무는 게 정상”이라며 “장난치는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주가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미래에셋스팩1호는 주가급등 사유를 묻는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22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전혀 없다”면서 이례적으로 ’투자유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미래에셋스팩1호는 18일 하루 6.69% 하락한 것을 빼고 22일까지 총 7거래일 동안 6거래일이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미래에셋스팩1호의 22일 종가기준 주가는 공모가 1천500원보다 121%나 급등한 3천315원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 첫날 시초가 1천540원에 비해서도 115%나 올랐다.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현대증권스팩1호도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당 8천990원으로 공모가(6천원) 대비 49.8%나 급등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우증권스팩도 최근 사흘 연속 오르며 22일 현재 공모가보다 23.1% 오른 주당 4천310원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22일에는 특정 스팩이 상한가를 치면 덜 오른 종목으로 매수세가 몰려 스팩 3종목 모두 동반급등세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공모가 주위를 맴돌다 기업 인수합병 소재가 나오면서부터 움직이는 것이 정상인 스팩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급등하는 것은 투기성이 다분하다며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 당국에 보다 분명한 경고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과열이 확실하다”며 “스팩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주가과열이 심해지면 투자주의보다 강력한 투자경고나 투자위험을 발동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 정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