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운영하는데 최대 걸림돌은 역시 충전문제다.
주유소가 없는 자동차 생활을 상상할 수 없듯이 배터리 게이지에서 빨간불이 깜박이는데 전기차를 재충전할 장소가 근처에 없다면 정말 난감한 노릇이다.
배터리가 바닥난 전기차를 재충전하려면 첫째 급속충전기를 이용하거나 둘째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후자인 배터리 교환 방식은 전기차가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사이 자동기계장치가 방전된 배터리를 새 것으로 갈아 끼운다.
전기차 배터리 교환시스템의 교환시간은 3분 이내로 간편하고 전국적인 배터리 교환망만 있다면 장거리 이동에 적합하다. 문제는 자동차 설계부터 기계식 착탈에 특화된 배터리 표준규격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배터리 교환 방식은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업체들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주도권을 배터리회사, 전력회사에 넘길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합의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배터리 교환 방식이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양산할 전기차는 급속충전기를 이용한 재충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친환경 자동차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주유소, 공공주차장, 가정 등에서 폭발적 수요가 기대된다. 급속충전기는 판매가격이 ㎾당 100만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며 전기차 배터리팩을 30분 이내에 완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급속충전 기술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지지부진한 표준화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17일 일본 완성차업계는 도쿄전력과 손잡고 급속충전표준협의회를 설립했는 데도 우리 정부는 전기차 충전 시범사업을 해보고 내년 말까지 국가표준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임근희 전기연구원 박사는 “세계 각국이 전기차 충전 표준 선점에 나서는 마당에 우리도 조속한 내부 합의가 있어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