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모두 ‘TV’에 빠졌다. 과거 삼성, 소니, LG전자 등 전자제품 제조회사들의 전유물이라 생각됐던 거실의 대표 가전을 인터넷 검색 기업, PC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 등이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 IT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바야흐로 ‘엑스(X)미디어’의 시대다. 엑스미디어는 소프트웨어회사, 웹검색회사 등 콘텐츠 중심 기업과 TV 제조사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 간의 정의가 사라지는 신개념 미디어를 의미한다.
◇구글 검색, 이젠 TV다= 지난 19일 뉴욕타임스(NYT)는 ‘구글TV’ 탄생을 보도했다. 인터넷 검색기업인 구글은 수개월 전부터 전통적인 TV제조사인 소니, PC 프로세서를 만드는 인텔 등과 손잡고 ‘구글식 TV 만들기’를 진행했다.
‘구글 TV’는 구글의 웹 브라우징 기술을 셋톱박스를 통해 TV에 구현하는 양방향 방송이다. 소비자는 구글 TV에서 방송을 보다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사진을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도 있다. 유튜브나 훌루 등에서 동영상을 즐기는 동시에 검색하며, 스마트폰에서처럼 다양한 게임, e북 콘텐츠 등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PC나 인터넷에서 구글을 통해 즐기던 모든 일을 거실에 놓인 TV를 통해 소파에 앉아 즐길 수 있게 됐다. 거실에 놓여있는 TV의 패러다임이 완벽하게 전환될 것으로 NTY는 전망했다.
◇애플, 깜짝 놀랄 TV세상을 기대하라=애플도 ‘TV’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이어져 오는 신개념 기기를 제조해온 애플은 ‘TV’를 통해 완벽한 애플의 ‘아이월드(iWorld)’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2007년 작은 박스 모양의 ‘애플 TV’를 통해 거실에 진출했다. 애플 TV는 랜(LAN) 및 와이파이(WiFi)를 통해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아이튠스 스토어’에 올려진 방송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애플은 현재 애플 TV 출시를 위해 내부적으로 제품 콘셉트 설정과 관련 기술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애플은 전자책(e북)과 태블릿 PC의 개념을 재정의한 ‘아이패드’처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양방향(인터렉티브) TV를 출시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수집 중이다.
ETRI 관계자는 “애플이 입력방식에서 터치방식을 뛰어 넘어 원거리에서도 손동작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TV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만약 첨단 센싱기술과 현재의 3D 기술이 결합된 멀티 인터렉티브 TV를 애플이 시장에 내놓을 경우 콘텐츠뿐 아니라 디바이스 차원에서도 큰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MS, 윈도로 천하통일=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 TV시장에는 소극적이지만 언제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만큼 내공을 충분히 쌓았다.
인터넷 TV용 솔루션인 ‘미디어룸2’를 내놓은 바 있으며, 이미 ‘엑스박스360’을 통해 TV에 콘텐츠를 직접 제공하는 셋톱박스의 가능성 TV관련 시장에 대한 검증을 끝냈다. 이달 초 두바이에서 열린 테크에드(TechED)행사에서는 ‘윈도7’을 통해 이동통신(모바일)과 TV에 연결된 ‘X박스’, PC 등에서 게임을 자유롭게 연결시켜 즐길 수 있음을 시연해냈다.
업계에서는 향후 TV 시장이 기기 자체보다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본다. 구글, 애플, MS의 적극적인 TV 시장 진출도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비춰 분석할 수 있다. ‘내가 가진 콘텐츠를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이미 아이튠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스크린 천하통일’을 이뤄가고 있다. ‘아이팟 터치’에서 보던 드라마를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패드’에도 연결시켜 볼 수 있는 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TV까지 내놓을 경우 침실에서 거실, 거리, 사무실에 이르기 까지 모든 공간에서 ‘애플로 생활’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구글, MS등 다른 글로벌 IT 회사들도 이 같은 플랫폼 패러다임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