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윤진식 정책실장이 겸임한 경제수석비서관을 분리, 별도 선임할 수 있도록 23일 국무회의에서 직제를 개편했다.
경제수석비서관은 경제금융·지식경제·중소기업·국토해양·농수산식품 등 우리나라의 굵직굵직한 경제·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여기에 금융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해 1월 가동에 들어간 비상경제상황실 운영도 맡아, 거시·실물 경제는 물론이고 금융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정책을 진두지휘한다.
윤 실장은 이 역할에다 국정기획·사회정책·교육과학문화수석을 총괄하는 정책실장까지 맡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진을 대표하는 이른바 ‘왕(대표) 수석’으로 통하고 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직제 개편 배경에 대해 “G20 정상회의 개최, 서민경제 살리기, 일자리 창출, 교육 개혁과 녹색 성장, 노사관계 선진화 등 국정 현안이 비중 있고 폭 넓게 제기됐다”면서 “정책 현안에 보다 심도 있게 전념하고 효율화를 기하기 위해 마련한 안이며, 경제수석을 이른 시일 안에 인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무 분장으로 경제수석의 전문적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윤 실장의 이후 정치 행보가 맞물리면서 가능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경제산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라 윤 실장의 이후 정치 행보와 직결됐다는 게 중론이다.
윤 실장은 한나라당으로부터 6·2 지방선거 충북도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18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충주시 지역구에 출마해달라는 러브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와 더불어 민심 수습이 필요한 충청지역에 여권의 실세가 나서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다.
윤 실장이 선거에 나갈 경우 청와대 정책실장뿐만 아니라 경제수석 자리까지 비게 되고, 이번에 중기청장에 내정된 김동선 전 지식경제비서관 자리까지 고려한다면 이 대통령은 경제 참모진 전반을 새롭게 구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수석에 중량급 인사를 선임해 경제·금융·산업 정책 전반을 아우르게 하고, 정책실장 자리는 없애 작년 8월 이전으로 원대복귀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에 윤 실장이 선거에 나서지 않을 때에는 윤 실장의 역할을 보좌하는 수준에서 경제수석 자리가 선임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대통령실 직제를 개편한 것을 보면, 선거에 대응하는 모종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