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가 IT기업의 전통적인 비수기란 인식은 이제 거둬들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올해 1분기 IT 간판기업들의 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0대 IT주(매출액 기준)의 1분기 매출액은 54조8634억원, 영업이익은 6조432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1.7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가 전년의 금융위기를 거친 직후인 것을 감안해도 10개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상장사별로 매출 성장률에 차이는 있지만 매출이 줄어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반도체·LCD 등 수출 효자 산업의 호황이 눈부신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는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과 동시에 각 10%, 20%대의 높은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낼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한 2조6084억원, 영업이익은 6396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10개 간판주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과시했다. 반도체 호황이 찾아오면서 전년도 50%가 넘는 적자 규모를 단박에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도 5조6226억원의 매출, 528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9.4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 1분기 실적이 꺾일 것이란 우려를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사업 전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스무 배 이상 폭증하면서 12.62%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낼 전망이다. 매출 규모와 영업이익 모두 1분기 사상 최고치인 24조2469억원, 3조609억원으로 추정된다.
내수 산업인 통신 3사도 수출 기업만큼은 아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는 전통적인 IT업계 비수기로 인식됐다.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 쇼핑 시즌이 몰려 북미 수출이 늘어나는 3·4분기와 달리 1분기에는 쇼핑 특수가 없어 재고가 쌓이면서 매출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이 새롭게 소비국가로 부상하면서 IT 대기업의 실적을 끌어주고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가 IT업종 비수기라는 고정관념이 남아있지만 중국 수요가 확대되면서 반도체·LCD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IT 수출 기업들이 계절성에서 벗어나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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